제31장. 희기(喜忌)는 천간과 지지가 다름을 논함
<명(命)에는 천간과 지지에 희신과 기신이 있는데, 천간은 하늘을 대표하니 동적이다. 지지는 땅을 대표하니 정적이니 천간에 의해 쓰일 때를 기다린다. 천간은 오행이 한가지로 일정한데 비하여 지지는 지장간이 여러가지로 어떤 지장간은 복이 되고 어떤 지장간은 화가 되니, 천간과 지지는 이렇게 다른 점이 있다. 예를 들면 甲 일주에 酉의 정관을 쓰는데 庚과 辛을 만나면 곧 관살혼잡이 된다. 그러나 지지에 申酉가 있다면 관살혼잡으로 논하지 않는다. 申은 辛이 왕해지는 지지이니 辛이 申酉를 지지에 깔고 있으면 이것은 부(府)의 관리가 임명장을 가진 것과 같다. 두개의 辛을 만나면 중관(重官)을 범한 것이 된다. 그러나 두개의 酉를 만난 것은 하나의 부(府)에서 두 곳의 군(群)을 다스림과 같으니 중관으로 보지 않는다. 이때 丁이 투출하면 상관이 되지만, 지지의 午가 있는 것은 상관으로 논하지 않는다. 이는 丁은 동적이고 午는 정적인 까닭이다. 또한 午는 그 안에 丁火와 己土를 지니고 있는데, 己土가 財라서 정관을 생하는 점도 있겠다.>
서락오 평주: 정관과 칠살은 형제지간이다. 안으로는 각자 가정을 이루지만 밖으로는 합심협력하는 관계이다. 申酉는 金의 뿌리이고 甲에게는 정관의 집이면서 동시에 칠살의 집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갑 일주에 庚辛이 모두 투출하면 관살혼잡이 되지만 申酉가 모두 있는 것은 관살혼잡으로 논하지 않는다. 辛이 두개 중첩해 있으면 중관이 되지만 酉가 두개 있으면 중관으로 논하지 않는다. 관살혼잡이 되어도 혼잡으로 논하지 않는 경우가 있고 관살혼잡을 꺼리지 않는 경우도 있다. 대체로 인수로 화살(化殺)할 때는 관살혼잡을 꺼리지 않으며 재생관(財生官)을 할 때는 관살혼잡을 꺼리며, 식식제살을 할 때는 원국에 관살이 혼잡해도 관이 많으면 살로 변하는 것과 같으므로 혼잡을 꺼리지 않는다.
원국을 보는 법이 이와 같고, 운을 보는 법 또한 이와 같다. 甲이 酉官을 쓰는데 辛이 투출해 있을 경우, 운에서 庚이 오면 혼잡이 되고, 申이 오면 혼잡이 되지 않는다. 辛이 또 다시 오면 중관이 되지만 酉가 오면 중관이 아니다. 甲이 酉 정관을 쓰는데 己土가 투출하였을 경우, 丁火가 오면 상관이지만, 지지의 午火가 오면 己土 재성이 득록(得祿)한 것으로 볼 뿐 상관으로 보지 않는다. 또 간지의 희기가 다르니 반드시 원국의 배합에 유의해야 한다. 예를 들면, 甲이 酉官을 쓰는데 정관은 지지에 감추어져 있고 재성이 천간에 투출하였다고 할 때, 천간에 甲乙이 있으면 쟁재(爭財)가 되나 寅卯가 있으면 일주를 방신(幇身)한다고 보는 것이지 쟁재한다고 보지 않는다. 재성이 천간에 노출되면 천간의 비견과 겁재를 꺼리고 지지의 비견과 겁재는 꺼리지 않는다. 만약 원국에 관성이나 식상이 투출했다면 천간의 비견과 겁재를 제화(制化)하게 되니 탈재(奪財)를 꺼리지 않는다. 甲이 癸水 인수를 쓰는데 戊己土의 재성이 있으면 인수를 파괴한다. 그러나 지지의 辰戌丑未는 인수를 파괴하지 않는다. 여타의 경우도 이처럼 유추하기 바란다.
<똑같은 지지라도 화복(禍福)이 다른 경우가 있다. 예를 들면, 甲이 酉의 정관을 쓰는데 午가 있으면 상관이다. 寅이나 戌이 오면 합하여 火가 동(動)하니 정관을 상하게 한다. 이와 반대로, 甲이 申月에 났다면 午가 제살하기에 부족한데 寅이나 戌이 있어 화국(火局)이 되면 능히 火가 동하여 제살할 수 있다. 지지는 회국(會局)이 되면 동하니, 이것이 천간과 다른 점이다.>
서락오 평주: 지지는 충(沖)해도 동하고 회(會)해도 동한다. 동하면 화복이 드러난다. 예를 들면, 甲이 酉의 정관을 쓰고 천간에 辛金이 투출했다면, 비록 지지에 午火가 있을지라도 정관을 상하게 하기에는 역부족이다. 그런데 운에서 寅戌이 와서 火局이 되면 火가 동하여 정관을 상하게 할 수 있다. 甲이 申의 칠살을 격으로 하는데 천간에 庚이 투출하고 지지에 午가 있다면 제살하는 역량이 부족하다. 운에서 寅이나 戌이 와서 火가 회국(會局)하면 火가 동하여 능히 제살할 수 있다. 거러나 이상의 설명은 천간과 지지가 멀리 떨어져 있는 경우이고, 만약 辛金이 천간에 투출하지 않고 酉와 午가 바짝 붙어 있다면 정관은 상하게 된다. 지지는 각자 자기의 범위를 지키고 있으므로 동하지 않으면 힘을 드러내지 못한다. 이것은 천간이 동하는 속성이 있어서 역량을 드러내는 것과 다른 점이다. 아래에 몇가지 사주를 예로 드니, 운의 간지가 각각 다르게 작용함에 유의하기 바란다.
甲 丁 乙 丁
辰 酉 巳 亥
시 일 월 년
청나라 광서 13년 윤4월 10일 진시에 출생하여 상국독변(商局督辨)을 한 조철교의 명조이다. 재격패인(財格佩印)이다. 巳酉가 합하여 재로 화하고 甲乙이 천간에 투출했다. 재와 인수가 서로 장애가 되지 않는다. 辛丑 운에 酉의 辛金이 투출하는데 辛金은 유약한 金이므로 甲木을 상하지 못하고, 巳酉丑 金局이 되니 상국독변의 벼슬을 했다. 이것은 회국하여 동한 것으로, 동하면 화복이 드러나는 것이다. 庚운에 甲木을 극하고 乙木을 합거하니 두 개의 인성이 모두 사라져 암살당했다.
庚 壬 乙 戊
子 子 卯 午
시 일 월 년
청나라 함풍 8년 2월 6일 자시에 출생한 강유위의 명조이다. 수목상관격이다. 水가 왕하여 木이 표류하니 戊土로 수를 막아야 나무가 살아난다. 칠살이 양인을 제압하는 용신이다. 午 대운에 子를 충하니, 한개의 충이 두개의 충을 불러 일으킨다. 희신이 기신을 충하여 이름을 날렸다. 己未 대운 己土운에 칠살을 도와 양인을 제압하여 좋았으나 未운에는 사주의 卯와 대운의 未가 卯未합하여 木으로 변하니 희신이 기신으로 변했다. 상관으로 변하여 칠살을 극하니 무술정변이 41세때 발발했다. 다행히 무술 년이니 죽지는 않고 도피할 수 있었다.
戊 己 甲 丁
辰 酉 辰 未
시 일 월 년
내 조카의 명조인데, 甲己化土格이다. 戊土의 화신(化神)이 투출하고 丁火가 토기(土氣)를 도우니 진정한 화기격(化氣格)이다. 丁火 편인이 용신이다. 초년운 癸卯, 壬寅 대운에 사주의 甲木이 환원(還原:본래의 오행으로 돌아감)하고 壬癸水가 용신 丁火를 극하니 좋지 않았다. 다행히 戊土가 壬癸水를 회극(回剋)하고 酉金이 卯木을 회충(回沖)하니 원국에 구응(救應)하는 글자가 있어서 흉이 길로 변했다. 寅 대운에 甲木이 득록(得祿)하고 사주에 구응하는 글자가 없으니 일패도지했다. 행운의 구응은 원국의 구응과 같은 원리로 작용한다.
제32장. 지지의 희기신(喜忌神)이 운을 만나 작용함을 논함
<지지의 희신과 기신은 천간과 다름이 있다. 그러나 운에서 사주 지지의 지장간이 투출하게 되면 고요하게 쓰일 때를 기다리던 지장간이 그 쓰임이 생기고, 그 희기(喜忌)가 영험함을 드러낸다. 예를 들면, 甲이 酉官을 쓰는데 辰과 未가 있으면 곧 재가 되고 운에서 戊가 투출하면 재의 작용을 한다. 午未가 있는데 운에서 丁이 오면 상관으로 작용한다.>
서락오 평주: 원국의 지지에 숨어져 있는 지장간은 한개가 아니다. 어떤 것은 희신이고 어떤 것은 기신인데, 천간에 투출하여 쓰일 때를 조용히 기다린다. 운에 의해서 지장간이 인출(引出)되면 그 쓸모가 비로소 드러난다. 앞에서 예를 든 강유위의 명조에서는 원국의 午에 丁火와 己土가 숨어 있는데 운에서 己土가 오면 午의 지장간 己土가 인출되어 작용하니 관살이 양인을 제압하는 힘이 드러난다.
<명과 운의 두 지지가 회국(會局)하는 경우에도 현저하게 작용한다. 예를 들면 甲이 酉月에 나서 정관을 쓰는데 본명(本命) 원국에 午가 있고, 운에서 寅戌같은 것이 오면 상관의 작용이 현저하게 드러날 것이다. 이런 경우 년지에 午가 있으면 중하고 일지는 그 다음이며 시지는 가볍다. 운에서 寅戌을 만나 회국하면 느리고 급하지 않다. 비록 격국의 성패와 고저가 팔자에서 이미 정해지고 명에 원래 있던 것과 없는 것은 차이가 있겠지만, 운에서 5년 동안 오는 것도 역시 화복이 월령에 있음과 다름이 없으니, 운에서 투청(透淸)하면 원국에 원래부터 있는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앞장의 행운에 의한 성격과 변격이 그것이다.>
서락오 평주: 명과 운의 두 지지가 회국하는 예는 앞의 강유위의 명조를 참고하라. 未는 火土의 운이지만 卯와 회국하여 木局으로 변하여 상관으로 되어 파격이 된다. 운을 보는 법이 그와 같은 것이다. 예를 들면,
丁 丁 丁 丁
未 酉 未 丑
시 일 월 년
( 대운)
癸 甲 乙 丙
卯 辰 巳 午
35 25 15 5
이것은 내 친척 요군의 명조이다. 火가 왕하고 金이 있지만 식신이 재를 생하니 부격(富格)이다. 화가 왕하고 금이 쇠약하니 巳운에 巳酉丑 金局이 완전히 이루어져 가장 활동을 많이 했고 뜻을 이루었다. 나머지 운은 재산을 지키기 어려웠다. 卯운에 未와 회국하여 木의 기신이 투청하여 발동하므로 사망했다. 운에서 투청하여 강해지거나 회합하는 것은 원국에서 그런 것과 큰 차이는 없다. 운은 5년간 관할하니 그 운이 지나가면 다시 원래 사주의 상태로 돌아간다. 년, 일, 시는 크게 구애받을 필요가 없다. 결론적으로 말하면 희신이든 기신이든 투청해져서 강력해지면 길흉의 작용이 현저하게 드러나고, 한신이나 잡신이라면 그 영향력이 경미하다.
<그러므로 하나의 팔자를 입수하면 반드시 천간과 지지를 모두 함께 살펴본다. 지지는 천간의 생지(生地)가 되고, 천간은 지지의 발용(發用)이 된다. 예를 들면, 원국에 한개의 甲이라는 글자가 있다면 년월일시 네 지지에 견주어 보아서 寅亥卯未와 같은 글자가 있는지를 살핀다. 그 중에 어느 한 글자라도 있다면 甲木의 뿌리가 된다. 원국의 지지에 亥가 있다면 년월일시의 천간을 두루 살펴서 壬이나 甲이 있는지를 본다. 壬이 있다면 亥는 壬의 녹(祿)이 되고, 壬水로써 쓰임새를 드러낸다. 甲이 있다면 亥는 甲의 장생지이니 甲으로써 亥의 쓰임새를 드러내게 된다. 壬甲이 모두 있다면 亥 하나가 두 천간의 녹이 되고 장생이 되는 것이고 甲壬 두 천간을 겸용(兼用)하게 된다. 운을 보는 법도 이와 같아서 원국 팔자의 천간과 지지에 배합하여 따져보면 된다.>
서락오 평주: 지지는 천간의 생지이고, 천간은 지지의 발용이라는 말은 실로 간명(看命)의 요지(要旨)라고 하겠다. 지지의 지장간 두가지가 모두 투출하면 병용한다는 말은 설명이 미진한 면이 있다. 지지에 지장간이 여러개 있지만 순서에 따라서 순환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寅에는 甲丙戊 세가지 오행이 저장되어 있다. 甲은 당왕(當旺)한 기이고, 丙은 바야흐로 생하는 방생(方生)의 기이고, 戊는 火에 기생하는 기생(寄生)의 기이다. 순서를 보면, 甲이 우선이고 丙이 그 다음이며 戊는 그 다음이 분명하다. 辰을 보면, 乙癸戊가 있는데 戊는 본기(本氣)이고, 乙은 봄의 남아 있는 기운인 여기(餘氣)이고, 癸는 水의 묘(墓)가 된다. 戊가 우선이고 乙이 그 다음이며 癸가 그 다음이니 순서가 분명하다. 사주를 보자.
戊 庚 丙 甲
寅 寅 寅 寅
시 일 월 년
寅의 지장간 甲丙戊가 모두 천간에 투출했다. 그러나 지지에 寅이 가득하고 甲이 당왕하니, 종재격으로 재가 용신이다. 만약 지지에 寅午戌 火局이 되었다면 丙火가 용신이 되었을 것이다.
丙 壬 甲 戊
午 戌 寅 辰
시 일 월 년
절강성 사람 시재촌의 명조이다. 월지 寅의 지장간 甲丙戊가 모두 천간에 투출했다. 그런데 지지에 寅午戌 삼합하여 火局이 되니 종재격이 되어 丙火가 용신이 된다.
소위 병용이라는 것은 하나는 용신이 되고 다른 하나는 상신(相神:희신과 약신)이 됨을 뜻하는 것이니 오해 없기를 바란다. 그런데 천간에 투출해도 쓰지 못하는 것이 있다. 예를 들면, 팽옥린의 명조를 보면, 戊土 일주가 丑月에 나고 辛癸가 천간에 투출했다. 그러나 辛癸를 쓰지 못하고 丙火를 용신으로 쓴다. 오조추의 명조를 보면, 壬水 일간이 午月에 나서 丁己가 병투(竝透:두개가 투출)했으나 酉金 인수가 용신이 된다.(상세한 설명은 성중유패편과 기후득실편을 참고할 것) 이것을 보아도 용신을 정하는 법이 반드시 전국(全局)의 배합을 보고 일원(日元)의 필요에 따라 정하는 것이지 고정된 이론에 얽매이면 안됨을 알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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