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3장. 음양(陰陽)과 생극(生剋)을 논함
<사시(四時)의 운행은 오행의 상생(相生)에 의해 이루어진다. 그리하여 木이 火를 생하고, 火가 土를 생하고, 土가 金을 생하고, 金이 水를 생하고, 水가 다시 木을 생하게 되니, 이것이 오행이 상생하는 순서이다. 오행이 순환하며 운행하여 시간이 멈추지 않고 흐르는 것이다. 그러나 상생이 있으면 필히 상극(相剋)이 있는 법이다. 상생만 하고 상극(相剋)하지 않는다면 사계절 역시 이루어질 수 없다. 극(剋)이란 생(生)을 절제하여 그치게 함이니 만물을 수렴하고 발설하는 기틀이 된다. 그러므로 천지가 사계절로 단락을 이룬다는 말이 있는 것이다. 木을 가지고 예를 들어 보면, 木은 여름에 무성하고 가을에는 숙살(肅殺)이 되는 바, 숙살의 기운이란 외부로 발설하는 기운을 안으로 수렴하여 저장하는 것이다. 그러므로 숙살의 기운은 바로 생(生)의 다른 한 측면이 된다. 역에서는 수렴은 성정(性情)의 실체이고, 태(兌:西方)는 만물을 이룬다고 하였으니, 지극한 이치가 아니겠는가? 인간의 양생(養生)에 비유한다면, 음식을 먹고 살지만 음식을 먹지 않을 때가 있어서 위장을 쉬게 하지 않는다면 어떻게 장수할 수 있겠는가? 사시(四時)의 운행도 이와 같아서 생(生)과 극(剋)이 모두 같은 쓸모와 효능이 있는 것이다.>
서락오 평주: 생과 극은 모두 같은 쓸모와 효능이 있다는 말은 가장 적합한 표현이다. 춘하(春夏)의 양화(陽和)한 기운만 있고 추동(秋冬)의 숙살(肅殺)하는 기운이 없다면 사계절이 이루어지지 못할 것이다. 마찬가지로 사주에서 인수와 비겁의 생조만 있고 관살과 식상의 극루(剋漏)가 없다면 명(命)의 이치가 존재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므로 생부와 극루가 명리에서 쓸모가 있게 되는 것이다. 이것들은 결코 두가지로 분류하여 생각할 수 없는 것으로, 중화(中和)에 귀결되는 것이다.
<그럼 오행의 이치를 종합적으로 논해 보자. 水와 木은 상생하는 관계이고, 金과 木은 상극하는 관계이다. 오행을 음양의 측면에서 보면 생하고 극하는 과정이 같은 점도 있고 다른 점도 있다. 水가 木을 생하는 것은 같지만 음양에 따라 정인(正印)과 편인(偏印)의 구별이 있게 된다. 金이 木을 극하는 것은 같지만 음양의 차이에 따라 사주에서 정관(正官)과 칠살(七殺)로 구별되는 것이다. 상생에 있어 인성(印星)은 정인이든 편인이든 작용이 유사하여 특별히 구별할 필요는 없다 하겠으나, 상극에 있어서는 정관과 칠살의 구별을 명확하게 하지 않으면 안되는 것이므로 그 이치를 상세하게 연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서락오 평주: 음양의 배합은 자석이나 전기의 성질과 비슷한 점이 있다. 양이 양을 만나고 음이 음을 만나면 서로 밀어내게 되니 칠살과 편인이 그런 성질을 지니고 있다. 양이 음을 만나고 음이 양을 만나면 서로 끌어당기니, 이는 재성(財星)과 관성(官星)과 인성(印星)의 경우에 그러한 것이다. 인성은 나를 생하는 것이고, 재성은 내가 극하는 것인데, 편인과 편재, 정인과 정재로 나뉘게 된다. 재성과 인성은 기세에 있어서는 비록 순(純)하고 잡(雜)스러운 차이는 있지만 용법(用法)은 대동소이한 것이다. 관살(官殺)은 나를 극하는 것으로 선악이 판이하게 다르므로 잘 분별하여야 한다. 비겁(比劫)은 나와 같은 동기(同氣)이고, 식상(食傷)은 내가 생하는 것인데, 나와 음양이 같으면 순(純)하고 나와 음양이 다르면 잡(雜)하게 된다. 하지만 순잡(純雜)의 구별은 용신(用神)의 강약(强弱)과 관계된 것이므로 육신의 명칭만을 가지고 논해서는 안되는 것임을 알아야 한다.
<甲乙庚辛을 예로 들어 설명해 보자. 甲은 양목(陽木)으로 木의 생기(生氣)이고, 乙은 음목(陰木)으로 木의 형질(形質)이 된다. 庚은 양금(陽金)으로 가을의 숙살지기(肅殺之氣)이고, 辛은 음금(陰金)으로 오금(五金)의 질(質)이 된다. 木의 생기는 木에 의탁하여 하늘을 운행하는 것이기에 가을의 숙살지기를 만나면 극을 당하여 위태롭게 되는 반면에 金의 질로 이루어진 무쇠 칼과 무쇠 도끼를 가지고는 생기를 극하지 못하는 것이다. 이와는 반대로 木의 형질은 쇠로 만든 칼과 도끼에 의하여 여지없이 베어지게 되지만, 숙살지기를 만났을 경우에는 단지 겉으로 보기에 잎이 떨어질 뿐 뿌리는 더욱 견고하게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치 때문에 庚은 甲의 칠살이 되고, 辛은 甲의 정관이 되는 것이다. 乙은 이와 반대로 辛이 칠살이 되고 庚이 정관이 되는 것이다. 또 丙과 丁과 庚과 辛을 예로 들면, 丙은 양화(陽火)로서 융화(融和)한 기운이다. 丁은 음화(陰火)로서 장작 불이다. 가을의 숙살지기는 융화한 기운을 만나면 제거되지만 금속은 융화한 기운을 만난다고 해서 제거되는 것이 아니므로 양화(陽和)한 기운을 겁내지 아니한다. 그러므로 丙은 庚의 칠살이 되고 辛의 정관이 되는 것이다. 세상의 금속은 장작 불을 만나면 누그러지지만 숙살지기는 장작 불을 겁내지 않는다. 그러므로 丁은 辛의 칠살이 되고 丙은 辛의 정관이 되는 것이다. 이와 같은 이치를 가지고 나머지 오행이 상극하는 과정을 유추할 수 있는 것이다.>
서락오 평주: 여기서는 관살(官殺)을 개괄적으로 설명하고 있다. 그런데 乙이 木의 형질이고 辛이 세상의 금속이고 丁이 장작 불이라는 말은 오행의 성질을 비유한 것일 뿐이지 사실이 그런 것은 아니다. 십간(十干)은 오행으로서 모두 하늘을 운행하는 기운인 것이다. 그 기운이 음과 양으로 나뉠 뿐이지 어찌 물질이라고 논할 수 있겠는가? 예컨대, 남자와 여자는 인간 가운데 음과 양이다. 남자 가운데는 강강하고 조급한 사람도 있고 음침하고 유약한 사람도 있으며, 여자 가운데도 그러하다. 하지만 남녀는 엄연히 다른 것이다. 그러므로 오행을 물질에 비유한 것을 사실로 여기지 않기 바란다. 오행(五行)에 있어서의 마땅함과 꺼림은 오로지 배합에 달려 있는 것이고, 사시(四時)에 있어서의 마땅함과 꺼림도 상황에 따라 달라지는 것이다. 여러 학자들이 오행의 생극에 관하여 마땅함과 꺼림을 논한 것은 뒤에서 논하기로 한다.
제4장. 사시(四時) 오행의 희기(喜忌)를 논함-附論
<(1)木의 희기(喜忌): 봄의 木은 한기(寒氣)가 남아 있으니 火로써 온난(溫暖)하게 해주면 좋으니, 이렇게 되면 반굴(盤屈)의 우려가 없게 된다. 그러면서 水로써 도우면 서창(舒暢)의 미(美)가 있다. 이른 봄에는 水가 왕성한 것이 마땅하지 않으니 습하면 뿌리가 상하고 가지가 상하는 결함이 있다. 그러나 水가 없으면 안되니 너무 양기만 왕성하다면 뿌리가 마르고 잎이 시들게 된다. 그러므로 반드시 水火가 잘 배합되어야 좋은 것이다. 土가 많으면 나무의 힘이 빠지고 土가 적으면 재물이 풍부하다. 꺼리는 것은 金이 중첩되는 것이니 나무를 극벌하여 다치게 만드는 까닭이다. 그러나 만약 木이 왕성하다면 金이 있어야 좋다.
여름의 木은 뿌리가 마르고 가지가 시들게 되니 왕성한 水로써 도와주면 윤택하게 된다. 절대로 火가 왕성한 것을 꺼리니, 이는 火가 지나치게 왕성하게 되면 나무가 타게 되는 까닭이다. 土는 적게 있어야 하니 土가 많으면 재앙이 있게 된다. 金이 많으면 안되는데, 그렇다고 없어서도 아니 된다. 金이 있어야 가지를 쳐줄 수가 있다. 木이 많아 중첩되면 숲을 이루어 볼만한 듯해도 끝내는 아무 결실도 맺지 못한다.
가을은 木이 점차 시드는 계절이다. 초추(初秋)엔 화기(火氣)가 아직 남아 있으니 水土로 돕는 것이 좋다. 중추(中秋)에는 과일이 이미 익었으니 강금(剛金)의 수삭(修削)이 필요하다. 상강(霜降)이 지난 후에는 水가 왕성해지면 좋지 않으니, 그렇게 되면 木이 표류하게 된다. 한로(寒露) 후에는 火의 열기가 필요하니 火의 열기가 있으면 木이 실(實)하게 된다. 가을에는 木이 왕성하면 재목이 많아져 좋은데 土가 많으면 재를 감당하지 못한다.
겨울의 木은 반굴(盤屈)의 우려가 있으니 土가 많아 배양해야 한다. 水가 왕성하고 많으면 고유한 형체를 잃게 되고, 金이 많으면 극을 당하니 해롭고 火가 중첩되면 따뜻하게 하는 공이 있고, 지지에 통근하면 편안하게 된다. 사절(死絶)이 되면 나쁘고 생왕(生旺)하면 좋다.
(2)火의 희기: 봄의 木은 모(母:木)가 왕하여 자(子:火)가 따라서 왕하니, 木火의 세력이 함께 왕하게 된다. 비록 생조함이 좋다고 하지만 지나친 것은 좋지 않으니, 지나치게 火가 왕하면 水가 있어서 조절해야 하는데, 水가 너무 많으면 불이 꺼지니 좋지 않다. 土가 너무 많으면 빛을 잃고 火가 지나쳐 치열하게 되면 金이 중첩하여야 좋다. 여름의 火는 왕성하니 水가 있어야 스스로 소멸하는 것을 막을 수 있고, 木의 생조가 있으면 요절할 우려가 있고, 金이 있으면 좋고, 金土가 있으면 좋으나 水가 전혀 없으면 金이 무르게 되고, 게다가 木까지 가세하면 金이 녹게 된다. 가을의 火는 휴식하는 때이니 木의 생조가 있으면 다시 밝음을 되찾게 되고, 水가 극하면 꺼질 우려가 있다. 土가 중하면 그 빛을 잃고 金이 중하면 화기(火氣)가 상하니, 木火가 왕해야 좋게 된다. 겨울의 火는 절(絶)에 처했으니 木이 있어야 하고, 水가 강력하면 재앙이 있으며, 土가 水를 제압하면 영화로우며, 火의 비견, 겁재가 있으면 유리하다. 金이 있어도 재물을 감당하지 못하고, 金이 없어야 좋다.
(3)土의 희기(喜忌): 봄의 土는 허약하니 火로써 생조해야 하고, 水木이 많음을 꺼리며 土가 있어 도우면 좋고, 金으로써 木을 제압해도 길하지만 金이 너무 많아도 설기가 심하므로 좋지 않다. 여름의 土는 건조하니 水로써 적셔주면 성공하고, 火가 중첩하면 메마른데 木이 火를 도우면 나쁘며, 金이 水를 생하면 유익하여 처와 재물이 좋고, 비견, 겁재가 많으면 기가 유통되지 못해 나쁘고, 土가 너무 많으면 木으로 제압해야 좋다. 가을의 土는 설기가 심하여 허약하니 火가 많아도 싫지 않고, 木이 강하면 제압해야 좋고, 水가 많으면 나쁘고, 비견이 있으면 힘을 얻고, 상강이 지나면 비견이 없어도 가하다. 겨울의 土는 밖으로는 차가우나 내면은 따사로우니 水가 왕하면 재물이 풍부하고, 金이 많으면 자식이 영화롭고, 火가 왕성하면 영화로우며, 木이 많아도 해롭지 않으며, 비겁이 있으면 좋고, 신강하면 장수하게 된다.
(4)金의 희기: 봄의 金은 한랭함이 남아 있으니 火가 있으면 영화롭고, 土로써 보조하면 길하고, 水가 왕성하면 한기를 가중시키니 나쁘며, 木이 왕하면 무뎌지니 비겁으로 도우면 가장 묘하고, 너무 비겁이 많으면 火가 있어야 한다. 여름의 金은 너무 연약하니 水가 있으면 길하고, 水가 木을 도우면 나쁘며, 土金으로 도우면 길하지만 土가 너무 많으면 매몰될 우려가 있다. 가을의 金은 힘이 있으니 火로써 단련하면 큰 그릇이 되고, 土가 많으면 해롭고, 水로써 설기하면 좋으며, 金이 너무 강하면 오히려 꺾이게 된다. 겨울의 金은 차가우니 木이 많으면 좋고, 水가 왕하면 가라앉을 우려가 있으니 土로써 막아야 하며, 火土가 있으면 성공이고, 비겁이 있으면 관인(官印)이 있어 따듯하게 하면 좋다.
(5)水의 희기(喜忌): 봄의 물은 범람하여 음란하니 水가 중첩되면 제방이 무너질 우려가 있고, 土가 너무 많아도 나쁘며, 金의 생조를 받으면 좋으나 너무 金이 많아도 나쁘니 그럴 때는 火가 있어야 하지만 火가 너무 많아도 나쁘다. 木이 있으면 공을 이루고 土가 없으면 산만하게 된다. 여름의 물은 고갈되니 金水를 좋아하며, 木火土가 많으면 나쁘다. 가을의 물은 청순한데 土가 섞이면 혼탁하게 되고, 火가 많으면 재물이 풍부하고, 木이 중첩하면 영화로우며, 金이 중첩하면 범람할 우려가 있으니 이럴 때는 土가 막아주면 평안해진다. 겨울의 물은 강력하니 火가 있어 따듯하게 하면 좋고, 土가 있으면 좋으며, 金이 많으면 의리가 없고, 木이 왕성하면 유정하며, 물이 범람하면 土로 제방을 만들어야 하지만 土가 너무 많으면 물이 고갈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