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평진전 평주
제1장 십간(十干)과 십이지지(十二地支)를 논함
<천지에는 하나의 기(氣)가 있을 따름이다. 다만 하나의 기가 동(動)과 정(靜)이 있어서 음양
(陰陽)으로 나뉘는 것이다. 음양은 각각 노소(老少)가 있으니 이러하여 사상(四象)으로 재차
나눠진다. 노(老)란 동(動)이 극에 이르고 정(靜)이 극에 이른 상태이니, 태양(太陽)과 태음(太陰)
이 그것이다. 소(少)란 동(動)하기 시작함과 정(靜)하기 시작함이니, 이것이 바로 소양과 소음
이다.
태양, 태음, 소양, 소음을 일컬어 사상(四象)이라 한다. 오행(五行)을 사상에 배치할 수 있다.
수(水)는 태음이요, 화(火)는 태양이며, 목(木)은 소양이고, 금(金)은 소음이다. 토(土)는 음양과
노소와 목화금수(木火金水)의 충기(沖氣)가 응결된 것이다.
서락오 평주 : 음양의 학설은 과학자들에게 배척당하고 있다. 그러나 천지간에는 일월과 한서
(寒暑)가 있고 주야가 있으며 남녀가 있으니 어느것 하나 음양이 아닌 것이 없다.
미세한 전자를 보아도 음양으로 구분되는 것을 알 수 있으니 음양으로 말미암아
사상과 목화금수가 생겨나는데 목화금수는 춘하추동 사계절의 기(氣)인 것이다.
대지 속에는 화가 저장되어 있고 수가 저장되어 있으며 금속의 광맥이 되어 있
어서 이런 기가 무르익어 만가지 초목이 발아하는 것이다. 과학 만능의 시대에
화학의 원소를 분석할 수 있을지 몰라도 맹아(싹)를 틔울 수는 없는 것이다.
싹을 틔우는 활동력, 그것이 바로 목(木)이다. 그러므로 금목수화는 천지 자연의
질이 되며 만물은 흙에서 나서 흙으로 돌아가는 것이다. 이 금목수화의 질은
바로 토(土)인 것이다. 인간역시 천지의 기를 받고 태어나니 따뜻한 체온은 바로
화(火)요, 흐르는 것은 水요, 몸 속의 철분은 金이며, 혈기가 유행하는 것은 木
이다. 따라서 인간의 골육은 금목수화토의 작용에 의하여 생긴 것이고 금목수화토
의 기를 받아 형성된 것이며 자연의 기가 전이 된 것이다.
오행이 있는데 어째서 또 십간과 십이지지가 있을까? 무릇 음양이 있고 나서 오행이 생긴
것이니 어떤 오행이든지 음양이 존재하는 것이다. 예컨대 木에는 甲과 乙이 있는데 이것이 바로
木의 음양인 것이다. 甲은 乙의 氣이고, 乙은 甲의 質이다. 하늘에서 生氣가 되어 만물 가운데
흐르는 것은 甲이다. 땅에서 만물이 되어 생기를 받아들이는 것은 乙이다. 세분하여 말하면
生氣 가운데서도 산포(散布)된 것은 甲중의 甲이요, 생기 가운데서도 응결된 것은 甲중의 乙
이다. 만물이 지닌바 지엽(枝葉)은 乙중 甲이요, 만목(萬木)의 지지엽엽은 乙중의 乙이다. 결국
甲은 乙의 氣이므로 무르고 乙은 甲의 質이므로 단단하다. 또한 甲과 乙이 있으므로 木의 음양
이 구비 되는 것이다.
서락오 평주 : 각각의 오행마다 음양이 있으며 그것은 천간과 지지에 배치할 수 있다. 천간은
오행이 하늘에서 흐르는 기요, 지지는 四時가 유행하는 순서이다.
그럼 어째서 木에는 甲과 乙이외에 인(寅)과 묘(卯)가 있을까? 寅卯는 甲乙처럼 음양으로 나뉘
는데 갑을은 천간인데 비하여 인묘는 지지인 것이 다르다. 갑을을 음양으로 나누면, 甲은 양
이요, 을은 음이다. 갑을은 목이라는 오행이 하늘에서 음양으로 나뉜 것이다. 인묘를 음양으로
나누면 인은 양이고 묘는 음이다. 인묘는 목이라는 오행이 지지에서 음양으로 나뉜 것이다.
갑을인묘를 총괄적으로 음양으로 나누면 갑을은 양이고 인묘는 음이다. 목의 오행은 하늘에서
상(象)을 이루고 지지에서 형(形)을 이루는 것이다. 갑을이 하늘에서 흐르면 인묘는 땅에서
이를 받아들여 시행하는 것이다. 갑을은 장관과 같고 인묘는 지방을 관할하는 관리와 같다.
갑의 녹은 인에 있고 을의 녹은 묘에 있으니 이는 벼슬아치가 부임하는 임지와 같아서 각기
한 달 동안 명령을 집행하는 것이다.
서락오 평주 : 갑을은 모두 목이고 같은 하늘의 기이다. 갑은 양화(陽和)의 기로서 그 기세를
뻗치는 속성이 있고 을은 생기로서 온갖 초목의 싹과 같다. 비록 같은 木이지만
그 성질은 이처럼 판이한 것이다. 甲乙은 유행하는 기이므로 하늘에서 운행
한다고 하고, 寅卯는 시령(時令)의 순서이니 땅에 존재한다고 이른다. 그런데
유행하는 기는 시령을 쫒아 전이 되니, 이런 연고로 인묘는 甲乙의 뿌리가
되며 해(亥), 미(未), 진(辰)은 모두 갑을의 뿌리가 된다. 이에 대한 설명은
음양생사를 논한 부분을 참고하라. 천간이 월령에 뿌리를 박아 통근하면 당왕
한 기가 되니 용(用)을 얻은 즉 가장 혁혁하리라. 그와 반대로 당령하지 못
하면 비록 용을 얻는다 해도 역부족이니, 비유컨대 부현의 벼슬아치가 부임지를
못 얻는 것과 같다. 득시, 득지 하지 못하고서 어찌 명령을 집행할 수 있겠으며
그 재능을 발휘할 수 있겠는가?
십간을 음양, 오행으로 나눈다고 해도 그 쓰임에 있어서는 양간과 음간이 각기
다르다. 그러므로 <적천수>에서 오양간(甲丙戊庚壬)은 기를 좇을 뿐 세를 좇지
않고, 오음간(乙丁己辛癸)은 세를 쫓아 정의가 없다. 라고 하였던 것이다. 양간은
군자와 같아서 양강한 성품이 있어 사주에 약간의 근(根)이 있거나 근이 있는 인
(印)이 있기만 하면 세력을 좇지 않는 것이다. 음간은 그렇지 않아서 사주에 재관
이 편승해 있으면 재관을 좇으며 설사 사주에 일간의 뿌리가 약간 있거나 월령의
기를 얻었다 해도 왕성한 오행을 좇는 것이다. 음간은 인수가 뿌리만 있으면 신약
身弱한 것을 꺼리지 않으니 이는 극제를 두려워 하지 않는 까닭이며 음간이 양간
과 다른 점이다. 오정방의 사주를 보자
乙 己 丁 壬
亥 卯 未 寅
이 사주는 日干 己土가 비록 월령에 통근했으나 木의 세력이 왕성하다. 따라서 木의 오행을 좇으니 종살격(從殺格)이 되었다. 이런 현상을 일컬어 <종세무정의(從勢無情義)>라 하는 것이다. 용신편(用神編)을 참고하라. 그럼 閻錫山의 사주를 보자.
丁 乙 辛 癸
亥 酉 酉 未
음간인 乙 일간이 인성(印星)인 癸水를 얻었는데 인성이 亥에 통근(通根)하였으니 신약함을 꺼리지 않는다. 칠살 辛金이 천간에 투출하였으나 丁火가 제압하니 귀격이다. 許世英의 사주를 보자.
辛 乙 辛 癸
巳 丑 酉 酉
이 사주를 십중팔구는 종살격으로 잘못 풀 것이다. 그러나 그렇게 보는 것은 인수가 통근한 것을 모르고 하는 소리다. 음 일간인데 인수가 통근하면 신약함을 꺼리지 않으며 칠살을 제압하는 운이 오면 좋다. 이것이 바로 음간의 특징이다. 격국(格局)의 고저(高低)를 설명한 장을 참고하라.양간은 이와 다르니 다음의 예를 보라. 다음은 廬和德의 사주이다.
己 庚 丙 丁
卯 午 午 卯
시 일 월 년
일주 庚金이 비록 신약하지만 인수 己土가 천간에 투출하면서 지지 午의 지장간 己土에 통근하였다. 그러므로 왕성한 火를 좇아 종살격이 되는 것이 아니다. 그래서 일간을 부신(扶身)하는 대운이 오자 비록 고생은 많았지만 부귀하였다. 그러나 일간이 양간이라고 해서 무조건 왕한 세력을 종하지 않는 것은 아니다. 다음은 청나라 宣統帝의 사주이다.
壬 壬 庚 丙
寅 午 寅 午
시 일 월 년
인성 庚金과 비견 壬水가 지지에 뿌리를 박지 못했으니 부득이 火를 從하여야 한다. 이것은 바로 <기를 좇고 세를 좇지 않음>으로 그 이치가 깊고 깊으니 함부로 속단하지 말라. 배우는 사람은 많은 사주를 보고 경험을 쌓아야 할 것이다. 그리하여 스스로 깨우쳐야지 글을 읽고 깨닫기는 힘들다. 간지의 성질을 논하는 본장(本章)은 기초이론이지만 그 이치가 가장 심오하여 명리의 진수가 담겨져 있는 곳이다. 간지의 음양과 그 성질에 대하여 배우는 자는 모름지기 성심을 다하기 바란다. 나중에 스스로 본장의 중요성을 실감하게 되리라.
<甲과 乙은 천간이니 동하여 멈추지 않는다. 寅月에는 어째서 항상 甲을 쓰며, 卯月에는 어째서 항상 乙을 쓰는가? 寅卯는 지지이니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 甲이 쉽게 자리를 옮기지만 月建은 寅에 두고, 乙이 쉽게 자리를 옮기지만 月建은 卯에 두게 된다. 氣를 가지고 논하면, 甲은 乙보다 왕(旺)하고, 질(質)을 가지고 논하면 乙이 甲보다 견고한 것이다. 속서(俗書)에서, 甲이 무성한 대림(大林)이니 쪼개야 좋다고 하고, 乙은 미약한 싹이니 상하면 아니 된다는 따위의 말을 하는 것은 음양의 이치를 모르고 한 소리일 뿐이다. 木의 이치를 가지고 나머지 오행의 이치도 유추할 수 있으리라. 그런데 오직 土는 木火金水의 기가 뒤엉킨 것으로 四時(四季:辰戌丑未月)에 기생하여 왕성하다. 음양, 기질의 이치가 이러하니 명리를 배우는 자는 모름지기 먼저 천간과 지지의 이치를 알아야 비로소 입문할 수 있을 것이다.>
서락오 평주: 천간이 동하여 옮긴다는 것은, 예컨대 甲己年은 정월(正月)이 丙寅月이고, 乙庚年은 정월이 戊寅月인 것처럼 일정하지 않음이다. 지지가 고정되어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은, 예컨대 정월은 반드시 월건이 寅이 되고, 2월은 반드시 월건이 卯가 되는 것처럼 고정불변한 것을 가리킨다. 氣를 가지고 보면 甲이 乙보다 왕성하고, 質을 가지고 보면 乙이 甲보다 견고하다는 말은, 甲木이 양간(陽剛)한 성질을 지니고 있고 乙木은 유화(柔和)한 성질을 지니고 있음을 분별한 것이다. 이것을 상세히 설명하기 위해서 다음에 부록으로 [적천수]에서 논한 <천간희기(天干喜忌)> 구절을 실으니 참고하기 바란다. 대림목(大林木)이니 미약한 싹이니 하는 말은, 본래는 납음(納音)에서 취하여 비유한 것인데, 속된 책에서 와전되어 무식한 자들이 함부로 고집을 부리게 된 것이다. 명리를 배우는 자는 먼저 천간과 지지의 음양 이치를 밝히 알고 그 왕쇠(旺衰)와 진퇴(進退)의 향배를 잘 살펴야 속된 오류에 빠져들지 않게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