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5장. 용신(격국)의 순잡(純雜)을 논함
<용신(격국)에 변화가 있음을 이미 논했는데 변화 가운데는 순(純)과 잡(雜)이 있음을 구별해야 한다. 순하면 길하고, 잡하면 흉하다.>
서락오 평주: 용신(격국)이 순(純)하다고 함은 기세(氣勢)가 순일(純一)하여 기능을 잘 발휘하는 것을 가리킨다. 용신이 잡(雜)한 것은 견제가 복잡 다단하여 기능을 발휘하지 못하는 것을 가리킨다. [적천수]에서는, <한 줄기의 맑은 기가 근저에 흐르고 있으면 정(精)과 신(神)이 뚜렷하게 드러나게 되니 평생 동안 참으로 부귀한다. 탁함을 제거하여 청정(淸淨)하게 될 때는 추운 골짜기에 봄이 돌아오는 듯하다>고 했다. 여기서 말하는 순잡은 [적천수]에서 논하는 청탁(淸濁)과 비슷한 뜻이다.
<무엇을 순(純)이라 하는가? 호용(互用:상호작용)하여 두 가지가 서로 상득(相得:서로 득을 봄)이 되는 것을 말한다. 예컨대 辛金 일간이 寅月에 출생했는데 정재 甲木과 정관 丙火가 모두 천간에 투출하면 정재와 정관이 서로 상생하여 상득이 된다. 戊土 일간이 申月에 생했는데 식신 庚金과 편재 壬水가 둘 다 천간에 투출하면 편재와 식신이 서로 상생하여 상득이 되는 것이다. 癸水 일간이 未月에 생했는데 식신 乙木과 칠살 己土가 둘 다 천간에 투출하면 칠살과 식신이 상극(相剋)하는데 칠살을 식신이 제살하는 것이 마땅하므로 이것 역시 상득이 된다. 이런 모든 경우를 가리켜 용신(격국)이 순하다고 한다.>
서락오 평주: 재관인식(財官印食)은 두 가지가 서로 작용하는 경우가 많은데 반드시 그 상호작용이 일원(日元)의 수요에 합당한지를 살펴 보고나서 비로소 상득이 되었는지 결정할 일이다. 예컨대 辛金 일간이 寅月에 생하면 반드시 辛金이 지지에 통근(通根)했거나 녹(祿)이 있는지 살펴본 후에 정관이 왕성한 것이 필요한지, 재생관이 되어도 일간이 감당할 수 있는지를 살펴 보아야 한다. 戊土 일간이 申月에 생하면 역시 먼저 방신(幇身: 일간을 도움)하는 것이 많이 있는지를 살펴보고 설기하는 것이 수요에 합당하고 능히 감당할 수 있을 때라야 비로소 식신 庚金과 편재 壬水가 둘 다 천간에 투출해서 식신생재하는 것을 능히 감당할 수 있고 그것이 필요할 때 상득이 되는 것이다. 癸水 일간이 未月에 생하고 식신 乙木과 칠살 己土가 둘 다 천간에 투출했으면 역시 신강해야 비로소 식신제살하는 것을 감당할 수 있고 좋은 결과를 초래하는 것이다. 결국 수요에 합당해야 비로소 상득이 되어 이로운 것이다. 월령의 지장간이 투출한 경우 뿐만 아니라 년지, 일지, 시지에서 투출된 천간끼리도 서로 배합이 잘 되어 상생할 것은 상생하고 상극할 것은 상극하며 일간이 감당할 수 있으면 모두 상득이 될 수 있어서 좋은 것이다.
<무엇을 잡(雜)이라 하는가? 상호작용하여 두 가지가 서로 불상모(不相謀:서로 도모하지 않음)가 되는 것이다. 예컨대 壬水 일간이 未月에 생하여 정관 己土와 상관 乙木이 둘 다 천간에 투출하면, 상관과 정관이 상극하여 두 가지가 불상모(不相謀)하여 나쁜 것이다. 甲木 일간이 辰月에 생하였는데 편재 戊土와 편인 壬水가 둘 다 천간에 투출하면 편인과 편재가 상극하여 역시 불상모가 된다. 이런 경우를 모두 용신(격국)이 잡하다고 한다.>
서락오 평주: 정관과 상관은 병용하는 법이 없다. 재성과 인성도 병용하지 못한다. 하지만 이것은 통례일 뿐 예외가 없는 것은 아니다. 壬水가 未月에 생하고 己土 정관이 천간에 투출하고 상관인 乙木은 투출하지 않고 지지 속에 숨어 있으면 乙木은 무력한 상관이므로 정관인 己土를 극하지 못한다. 甲木이 辰月에 생하고 천간에 편인 壬水가 투출하고 편재 戊土가 지지속에 감추어져 있으면 辰土 역시 편인을 파괴하지 못한다. 그러나 壬水와 戊土가 둘 다 천간에 투출하면 상극이 되므로 꺼린다. 그럴지라도 천간에 별개의 제(制)하거나 합(合)하는 것이 있으면 이 역시 구응(救應)이 된다. 구응하는 것도 없다면 불길하다.
戊 己 丁 甲
辰 亥 卯 子
시 일 월 년
양증신의 사주다. 亥卯가 회합하고 년간에 정관 甲木이 투출하였는데 좋은 것은 子水 재성이 정관 甲木을 생하고 정관 甲木이 인성인 丁火를 생하고 인성 丁火가 일간을 생하여 재관인(財官印)이 상생하여 상득(相得)이 되어 순수하고 잡되지 않다. 애석하게도 시주에 金이 없어서 상생하는 것이 일간인 土에서 멈추고 말아 대를 잇기 어렵다.
辛 丙 甲 癸
卯 戌 子 未
시 일 월 년
양홍지의 사주다. 월령의 본기인 癸水 정관이 년간에 투출 하였으나 월지 子水가 戌土와 未土에 의해 포위당하고 극을 받는 데다가 천간의 癸水 역시 깔고 앉은 未土로부터 극을 당하고 있다. 丙辛合하니 일간의 정(情)은 재성 辛金에게 있지 정관에게 있지 않다. 얼핏 보면 각각이 모두 불상모(不相謀)가 되어서 잡한 듯하다. 그러나 자세히 살펴보면 丙辛合하여 재성 辛金이 합거(合去:합하여 작용하지 못함)되어 인성을 극하지 못하므로 인성이 능히 식상을 제압하고 정관을 보호한다. 따라서 탁한 가운데 청한 것이 있어서 귀하게 되었다. 이는 오로지 구응의 신(甲木)이 있기 때문이니 자세히 살피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것이다.
<순잡(純雜)의 이치는 용신(격국) 변화의 원리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변화를 탐구하면 순잡의 이치도 자연히 명백하게 된다. 명리를 배우는 자는 순잡을 알지 않으면 아니 된다.>
서락오 평주: 변화의 법칙은 오합(五合:甲己合,乙庚合,丙辛合,丁壬合,戊癸合), 육합(六合:子丑合,寅亥合,卯戌合,辰酉合,巳申合,午未合), 삼합(三合:申子辰水局,亥卯未木局,寅午戌火局,巳酉丑金局) 및 오행의 생극제화(生剋制化)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무릇 팔자가 좋은 사람은 용신이 불순(不純)하지 않은 것이다. 약간 잡된 사주, 많이 잡된 사주 등 그 예가 허다하여 예를 다 들 수도 없을 정도이다. 사주를 많이 감정하다 보면 자연히 이치를 터득하게 될 것이다.
제16장. 용신 격국의 고저(高低)를 논함
<팔자에 용신이 있으면 당연히 격국이 있고 격국이 있으면 필연적으로 고저(高低:높낮이)가 있다. 재격, 정관격, 인수격, 식신격, 상관격, 양인격, 월겁격(月劫格) 등의 어느 격국이든지 귀격(貴格)이 있을 수 있으며 어느 격국을 막론하고 천격(賤格)이 있을 수 있다. 극도로 귀한 사주에서부터 극도로 천한 사주까지 천태만상이니 어떻게 일일이 설명할 수 있겠는가? 그러나 그 이치의 대략은 밝힐 수 있으니, 그 기준은 바로 유정(有情)과 무정(無情), 그리고 유력(有力)과 무력(無力)의 차이에 달려 있는 것이다.>
서락오 평주: 동일한 격국이라도 고저의 구별이 있다. 대체적으로 말하면 격국의 고저는 성패와 구응, 그리고 용신의 순잡에 의해서 나뉘어진다. 자세하게 말하면 천간과 지지에 투출되거나 감추어지는 것, 위치의 배합이 적절한가, 희신과 기신과 한신(閑神) 가운데 어떤 것이 일간과 위치가 가깝고(貼近) 먼가(間隔)의 여부, 또는 희신, 기신, 한신끼리의 위치와 간격 여부, 희신과 용신과 일원이 진기(進氣)를 얻었는지 퇴기(退氣)를 얻었는지의 여부, 이상의 조건은 모두 격국의 고저를 구분하는 기준이 된다. 유정, 무정, 유력, 무력의 상태는 각각의 사주마다 다른 것이다. 배우는 자는 많은 팔자를 보고 정신을 바짝 차리면 자연히 깨달음을 얻게 될 것이다. 어떻게 일일이 글로써 설명할 수 있으랴? 아래에 예를 든다.
(사주 1)
甲 戊 甲 戊
寅 午 寅 子
시 일 월 년
(사주 2)
甲 戊 丙 己
寅 子 寅 亥
시 일 월 년
위의 두 사주는 모두 칠살(甲木)이 중하여 인성(火)을 용신으로 삼는 경우이다. 그런데 사주 1의 경우는 일원이 인수 午火를 바로 밑에 깔고 앉았고, 두 개의 寅이 있어서 용신 午火를 생해주고 보호해 주고 있다. 용신인 인수를 극하는 재성 子水는 년지에 멀리 떨어져 칠살(寅)을 생하는데 칠살은 다시 인수(午)를 생하고 일지의 용신 인수는 일간을 생해주고 있다. 그러니 용신이 가까이 붙어 있고 유력(有力)하며 두 개의 칠살 寅木이 午火를 보호하니 서로 상생하여 유정(有情)하다. 그러나 사주 2의 경우를 보면 용신인 丙火 인성이 월주의 천간에 투출하여 있는 것까지는 좋은데 일간이 바로 밑에 기신인 子水 재성을 깔고 앉았으니 기신이 가까이 붙어 있다. 두 사주 모두 귀격이고 모두 재생살, 살생인, 인생신하는 사주이지만 사주 2가 사주 1보다 못한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것을 두고 동일한 격국이라도 고저(높낮이)의 구별이 있다고 하는 것이다.
<예컨대 정관패인격(正官佩印格:정관격에 인수가 있는 것)은 정관격에 재성이 투출한 재관격보다 못하다. 그러나 정관격인데 사주에 상관이 있다면 오히려 인성이 있어서 상관을 제압하므로 더 좋은 것이다. 예컨대 甲木 일간인데 酉月에 생하여 정관인 辛金이 천간에 투출했을 때 사주에 상관인 丁火가 있다면 편인 壬水가 투출하여 丁壬合하여 상관을 합거(合去)시키는 것이 좋다. 이런 경우를 합상존관(合傷存官:상관을 합거하여 정관을 존속시킴)이라고 한다. 이렇게 되면 귀격이 된다. 왜냐하면 유정하게 된 까닭이다. 재격은 비겁을 꺼리는데 칠살이 있으면 비겁이 있어서 칠살을 합거하는 것이 좋으니 이런 경우에는 비겁이 오히려 용신이 된다. 예컨대 甲木이 辰月에 생하고 천간에 戊土가 투출하여 편재격이 성격이 되었을 때 칠살이 있으면 파격이 되는데 이때 사주에 乙木 겁재가 투출하면 乙庚合하여 칠살을 합거함과 동시에 겁재가 합거되니, 두 개의 기신끼리 합한다. 이렇게 되면 귀격이 되니 이는 유정한 까닭이다.>
서락오 평주: 신약한 정관격은 마땅히 인성으로 인화(印化)하여야 하고, 신강한 정관격은 마땅히 재성으로 정관을 생조하여야 한다. 이것(신강하고 신약한 차이)이 바로 관인격(官印格)이 재관격(財官格)보다 못한 이유이다. 만약 사주에 상관이 있다면 일원이 이미 정관의 극제를 당하고 있는데 또 다시 상관의 설기까지 겹치게 되어 더욱 신약해지니 재성으로 상관의 기운을 재로 화하게 할 수 있을지라도, 신약하여 재관(財官)을 감당할 수 없으니 이런 경우에는 인성으로 상관을 제압하고 정관을 보호하면서 일원을 돕게 하면 일석삼조의 효과를 거두는 것이다. 甲木 일간인데 酉月에 생하여 辛金 정관이 천간에 투출했는데 丁火 상관이 있으면 정관이 상처를 입는다. 이 경우에 壬水가 있으면 비단 丁壬合하여 상관을 합거할 뿐 아니라 丁壬合하여 木으로 화하여 일원을 돕게 되니 기신인 상관이 변하여 희신의 역할을 하게 되니 유정한 것이다. 재격은 비겁이 재성을 쟁탈하는 것을 꺼리는 것이 원칙이다. 그러나 재격에 칠살이 투출하여 재생살이 되어 파격이 되는 경우에는 오히려 겁재가 투출하면 칠살과 합하여(양 일간의 경우) 두 가지의 기신이 합하니 좋게 되는 것이다. 무릇 칠살은 비견과 겁재를 제압하여 재물을 쟁탈하지 못하게 하고, 겁재는 가히 합살(合殺)하여 칠살이 일간을 공격하지 못하게 한다. 예컨대 甲木 일간인데 辰月에 생하고 戊土가 투출하면 편재격이 성격이 되는데 乙木과 庚金이 모두 투출하면 칠살과 겁재가 피차 견제하기 바빠서 나쁜 작용을 하지 못하여 재격이 파격을 면하게 된다.(자세한 설명은 재격(財格)의 장에서 함) 이것은 기신이 다른 기신을 제압하여 유정하게 된 경우이니 귀격이 되는 것이다.
<신강한데 칠살이 투출하고 식신도 또한 왕하면, 예컨대 乙木이 酉月에 생하여 칠살 辛金이 투출하고 丁火 식신이 강력하고 일간과 같은 오행인 木의 기세도 강하다면 3자가 모두 구비되었으니 지극히 귀하게 된다. 이는 유력(有力)한 까닭이다. 정관이 강하고 재성이 투출했는데 일간도 지지에서 녹(祿)과 인(刃)을 만났다면, 예컨대 丙火 일간인데 子月에 생하여 정관인 癸水가 투출하고 편재 庚金이 투출되고 지지에 寅午(寅은 丙火의 장생지이고 목생화를 하며 午는 일간의 양인)가 있다면 3자를 고루 갖추었으니 대귀한다. 이 역시 유력한 연고이다.>
서락오 평주: 위의 글은 정관과 칠살의 쓰임새가 다름을 설명한 것이다. 신강하고 칠살도 왕하면 식신을 용신으로 삼고, 신강하고 정관이 왕하면 財로 정관을 생조해 주어야 좋다는 것이다. 예컨대 乙木이 酉月에 생하고 辛金 칠살이 천간에 투출하면 칠살격이다. 이 경우에 일간 乙木이 지지에서 寅卯亥를 만나고 천간에 비겁이 투출했다면 가을의 나무라도 왕성한 것이다. 丁火까지 투출하면 木生火하니 丁火 역시 따라서 有力하게 된다. 3자가 모두 갖추어졌으니 대운이 제살(制殺:칠살을 제압)하는 곳으로 향하면 반드시 극도로 귀하게 된다. (칠살격에 대한 설명을 참고할 것) 이것은 신살식(身殺食) 3자가 모두 왕성하여 유력한 연고이다. 아래에 예를 든다.
(사주 1)
丁 乙 辛 癸
亥 酉 酉 未
(염석산의 命)
(사주 2)
丙 乙 辛 戊
子 未 酉 子
(상진의 命)
(사주 3)
丙 乙 辛 戊
戌 卯 酉 午
(육영정의 命)
위의 세 사주는 모두 칠살격인데 칠실 辛金이 천간에 투출하고 식신인 丁火도 역시 강하며 일간의 오행인 가을의 나무 역시 강한 경우이다. 반드시 유념해야 할 것이 있는데 그것은 바로 辛金 칠살이 천간에 투출해야 비로소 유력해져서 귀격이 된다는 점이다. 乙木은 유연한 나무로 칠살이 왕성한 것을 두려워하지 않으니 칠살이 천간에 투출하지 않으면 귀하게 되지 못한다. 丙丁火 역시 천간에 투출해야 좋다. 허세영의 사주를 예로 들어 설명해 보겠다.
辛 乙 辛 癸
巳 丑 酉 酉
시 일 월 년
일간 乙木이 지나치게 신약하다. 인성 癸水가 천간에 투출하여 丑土의 지장간 癸水에 뿌리박아 통근하고 있으므로 종살격(從殺格)은 되지 않는다. 가을의 나무는 성(盛)하지 못하면 나쁘다. 丙火가 지지 巳속에 들어 있지만 巳酉丑 金局이 되어 기반(羈絆:붙들어 매었다는 뜻으로 합하여 자기의 고유한 작용을 하지 못하는 것)이 되니 칠살을 제압할 힘이 없어서 무력하다. 비록 같은 귀격이라 하지만 위의 세 사주보다 못한 것을 알 수 있으니 이는 고저의 구별이 있는 까닭이다. 만약 丁火가 천간에 투출하고 辛金은 투출하지 않았다면 제살태과(制殺太過:칠살을 너무 지나치게 제압함)하여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말았을 것이다. 그러나 가을의 나무(申酉戌月의 甲乙木 일간)가 아닌 한 이 이론을 함부로 적용하지 말라.
癸 乙 己 丁
未 亥 酉 未
시 일 월 년
이 사주는 丁火가 투출하고 가을의 나무가 성할 뿐 칠살 辛金이 천간에 투출하지 않았으니 격을 이루지 못했다.
乙 乙 辛 丙
酉 巳 丑 子
시 일 월 년
이 사주는 칠살 辛金과 상관 丙火가 모두 투출했다. 하지만 겨울의 나무는 가을의 나무와 다르니 위의 이론을 적용하지 않는다.
丙火가 子月에 생하고 子水의 지장간 본기 癸水가 천간에 투출하면 정관격이다. 지지에 寅午巳 등의 녹인(祿刃)이 있으면 일간 丙火가 신왕하게 된다. 편재 庚金이 투출하면 재생관이 되니 관살의 뿌리는 재성이라 대운이 재성으로 향할 때 필히 대귀할 것이다. 이는 일원과 재관이 모두 유력하기 때문이다. 다음에 그 예를 든다.
癸 丙 庚 辛
巳 寅 子 酉
시 일 월 년
이 사주는 정관 癸水가 천간에 투출하고 편재 庚金도 투출하였으며 묘하게도 일간이 바로 밑에 장생 寅木을 깔고 앉았고 시지에 귀록(歸祿:시지에 녹을 얻는 것을 귀록, 일지에 녹을 얻는 것을 專祿, 월지에 녹을 얻는 것을 建祿, 년지에 녹을 얻는 것을 歲祿이라 함)이 있다. 신왕(身旺)하여 능히 재관을 감당할 수 있는데 재성이 정관을 생하여 정관이 왕성하다. 이 사주는 [적천수징의(滴天髓徵義)]에 실려 있는 것이다.
丙 丙 丙 己
申 寅 子 卯
시 일 월 년
호한민의 사주다. 애석하게도 정관 癸水가 천간에 투출하지 않았다. 庚金 재성도 천간에 투출하지 않았는데 지지에서 申金이 寅木을 충하여 일간 丙火의 뿌리가 뽑혔다. 이런 결함이 있는 사주는 좋은 운이 오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이 사주는 용신이 투출하지 않고 용신을 보좌하는 財와 印도 무력하다. 무릇 정관은 재성과 인성을 만나야 보필하는 신하를 얻은 격이 되어서 좋고 정관이 형충(刑沖)을 당하지 않아야 정관격이 성격이 되며 정관을 충하면 파격이 된다. 이 사주는 정관을 충하지는 않고 재성과 인성이 충하여 비록 파격은 면했다고 하지만 격국은 보필하는 신하를 잃은 것과 같다.
<또 유정(有情)한데 유력(有力)을 겸한 사주도 있고, 유력한데 유정을 겸한 사주도 있다. 예컨대 甲木 일간이 酉月에 나서 정관격인데 천간에 상관 丁火와 편인 壬水가 있으면 丁壬合이 되어 정관이 다치지 않아 청관(淸官)이 된다. 게다가 壬水의 뿌리가 깊다면 유정과 유력을 겸비한 것이다. 乙木이 酉月에 생하여 칠살격인데 칠살 辛金이 투출하고 丁火 식신이 칠살을 제압하면 辛金의 녹지(祿地)인 酉金은 丁火가 장생(長生)하는 곳이니 辛과 丁이 모두 월령(月令:월지)에 뿌리를 박은 것과 다름 없어서 유력하고 유정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최고의 격국이 된다.>
서락오 평주: 유정과 유력에 대해서는 앞에서 이미 설명하였다. 두 가지를 겸하면 더 좋은 것은 두말할 나위가 없을 것이다. 정관패인격(正官佩印格)의 예를 들어 보자. 甲木 일간이 酉月에 났는데 丁壬合하면 상관이 木으로 변하여 정관을 생하니 유정한 것이다. 壬水가 申이나 亥에 통근했다면 유력한 것이다. 식신제살격을 예로 들어 보면, 酉月의 乙木 일간인데 辛金이 투출하면 칠살이 유력하다. 식신 丁火가 월지 酉에서 장생하니 식살동궁(食殺同宮:식신과 칠살이 하나의 지지에서 힘을 얻음)이 되어 유정한 것이다. 그런데 기신(忌神)은 무력해야 좋다. 예컨대 甲木 일간이 酉月에 나서 정관격이 되었는데 壬水가 희신이고 丁火가 기신이니, 희신인 壬水는 지지에 통근하면 좋고 기신인 丁火는 통근하면 丁壬合이 되어도 완전히 합거(合去)되지 않으니, 병(病)을 완전히 치료하지 못한 것과 같아서 기신은 통근할수록 무정(無情)하게 된다. 乙木이 酉月에 나서 칠살격인데 식신 丁火를 용신으로 삼아 제살하는 경우에 壬水가 있어서 丁壬合이 되면 용신인 정화를 합거하니 합하여 기신(忌神)이 된 것이다. 만약 壬水가 통근하면 탈식(奪食:식신을 파괴함)이 심하니 파격이 되고 만다. 그러므로 유정 유력을 판단하기 앞서서 반드시 희신인지 기신인지를 가려내야 한다.
<甲木이 酉月에 생하여 정관격이 되었는데 천간에 상관 丁火가 투출하고 다시 인수 癸水가 투출하면 癸水가 상관 丁火를 극하여 정관을 보호한다. 인수 癸水로 상관을 극하는 것은 편인 壬水가 丁火를 합거(合去)하는 것보다 못하니 이는 유정하지 않고 정이 없기 때문이다. 乙木 일간이 酉月에 나서 칠살격인데 천간에 식신 丁火가 투출하여 칠살 辛金을 제압할 때, 칠살은 강하고 식신 丁火는 약한 경우도 있고 칠살은 약하고 식신은 강할 경우도 있으며, 혹은 칠살 辛金과 식신 丁火가 둘 다 강한데 일간은 뿌리를 깊이 내리지 못하여 약할 경우도 있는데, 이 때는 유력한 듯해도 무력한 것이니 격이 약간 떨어진다.>
서락오 평주: 예컨대 甲木이 酉月에 나서 정관격인데 丁火 상관이 투출하면 정관이 다치게 된다. 壬癸水가 둘 다 丁火를 제거하지만 癸水는 壬水만 못하다. 왜냐하면 壬水는 丁火를 합(合)하여 흔적도 없이 제거하는 동시에 木으로 변하게 하여 일간을 돕는 묘용이 있는 까닭이다. 그런데 癸水는 힘으로 丁火를 극거(剋去)할 뿐이다. 그러므로 기신을 희신으로 변하게 하는 것이 더욱 정이 돈독하다 하겠다. 乙木이 酉月에 나면 칠살격인데, 신강하고 식신과 칠살이 모두 강력하면 합격(合格)이다. 만약 한가지라도 약하다면 균형을 잃어 전미(全美)하지 못하니 운(運)에서 그 부족한 것을 보충하기를 기다려야 비로소 발달한다. 예컨대 칠살 辛金은 강한데 식신 丁火는 미약하다면 운이 식상으로 향하여 제살해야 하고, 식신 丁火는 강력한데 칠살 辛金은 미약하다면 칠살이 왕성해지는 운으로 가야 하며, 만약 칠살 辛金과 식신 丁火는 강력한데 일간이 신약하다면 필히 녹왕(祿旺)한 운으로 가야 한다. 좋은 운을 만나지 못한다면 뜻을 펴지 못하니 이것이야말로 결함이 있어서 격이 떨어지는 것이다. 앞에서 이미 신강하고 칠살도 왕한 염석산, 상진, 육영정 세 사람의 예를 든 바 있는데, 거기서는 상관 丙火가 칠살을 제압하는 것이 식신 丁火가 칠살을 제압하는 것보다 못하다고 한 이유는 무엇인가? 丙火는 辛金을 만나면 오히려 겁을 내어(丙火는 辛金을 만나면 丙辛合하여 水로 변함) 그 힘을 발휘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상진, 육영정 두 사람의 사주가 염씨의 사주보다 뒤떨어지는 이유이다.
<인격(印格)에 칠살을 용신으로 삼는 사주는 본래는 귀격이다. 그러나 신강하고 인왕(印旺)한데 칠살이 투출되면 고독하고 빈궁하다. 이는 신강하면 인수가 생해주는 것이 달갑지 않은 것이다. 인수가 이미 왕성한데 어찌 칠살이 인수를 생조하기를 바라겠는가? 이렇게 되면 한쪽으로 치우치고 또 치우쳐 무정하게 변하는 것이다. 상관패인격(傷官佩印格)은 본래 총명한 귀격이다. 그러나 일주가 매우 신강하고 상관이 미약하면서 인성이 지나치게 많다면 귀하지도 못하고 총명하지도 못하게 된다. 이렇게 되면 신강한 것을 더욱 신강하게 만들고 미약한 상관을 더욱 미약하게 만드는 것이니 어찌 인성이 많아서 좋을 리가 있겠는가? 이 역시 무정한 것이다. 또 칠살과 식신은 강력한데 일간이 뿌리를 박지 못하여 신약한 것과, 신강하고 비겁이 많은데 재성이 무력한 것은 모두 요절하거나 빈곤하게 되니 이는 무력하기 때문이다. 이상의 경우처럼 되면 격이 낮아서 아무 쓸모도 없게 된다.>
서락오 평주: 용신의 배합과 용신을 보좌(補佐)하는 것은 모두 일주(日主)의 필요에 의해 길흉이 결정된다. 그러므로 쓸모가 있기만 하면 상관과 정관이 함께 있어도 좋고, 쓸모가 없다면 재관이 모두 나를 해치는 물건이 되고 만다. 예컨대 인수격에 칠살이 있다면 본래 인수가 칠살을 화살생신(化殺生身)하는 용신이 되는데 만약 신강하고 인수가 왕성하다면 칠살과 인수는 둘 다 쓸모를 잃은 것이다. 왕성한 것이 극에 이르고 설기하는 것이 없으니 오히려 일간에게 해를 끼칠 뿐이다. 그런 것을 가리켜 소위 한쪽으로 치우치고 또 치우쳤다고 한다. 상관격에 인수를 필요로 하는 것은 반드시 일간이 신약하고 상관이 강할 때만 그러하다. 그렇기 때문에 인수로 상관을 제압하면서 일간을 강화시켜 중화(中和)를 도모하는 것이다. 만약 신강하고 상관도 왕성하다면 인수가 일간을 생해줄 필요가 없으며, 상관이 미약한데 인수가 중첩되었다면 상관은 극을 당하여 전혀 맥을 못 추게 되니 이럴 경우에는 인수가 파격의 신(神)으로 되고 만다. 칠살과 식신이 둘 다 왕성하다면 필히 신강해야 한다. 그래야 비로소 제살하여 권세를 쥘 수 있다. 만약 신약하고 일간이 지지에 통근하지 못했다면 칠살은 일간을 극하고 식신은 일간의 기운을 설기하니 극설교가(剋洩交加)가 되어 도무지 감당할 수가 없게 된다. 신강하고 비겁이 많은데 재성을 쓰려면 필히 식신 상관으로 비견 겁재를 化하거나 혹은 관살이 있어서 비겁을 제압하고 재성을 보호해야 한다. 만약 재성이 천간에 떠 있고 지지에 통근하지 못했는데 비견 겁재가 재성을 쟁탈하면 처자와 재산과는 인연이 없는 사주이다. 이상은 모두 그 분수를 잃고 평형을 잃은 것이니 가난하지 않으면 요절할 것이다.
<그러나 격국의 고저를 판단하기는 쉽지 않으니 그 변화가 미묘하기 때문이다. 혹은 한 글자가 천 근의 힘을 발휘할 때도 있고 혹은 반 글자가 사주 전국(全局)의 미(美)를 망쳐 놓기도 한다. 이상의 설명은 그 대략을 말한 데 불과하다.>
서락오 평주: 격국의 변화는 말로써 다 설명할 수는 없다. 몇 가지 예를 든다.
丙 戊 辛 戊
辰 戌 酉 戌
시 일 월 년
辛金 상관이 용신이고, 辛金을 합하는 丙火가 병(病:病神)이다.
甲 戊 辛 丙
寅 寅 卯 午
시 일 월 년
丙火가 칠살을 화살생신(化殺生身)하는 용신이다. 辛金은 용신을 합거하는 기반(羈絆)이므로 병(病神)이 된다.
위의 두 사주는 모두 합하는 것이 병이다. 위의 것은 丙火와 辛金이 요합(遙合:멀리서 합)하니 합하는 힘이 미약하다. 아래의 것은 丙火와 辛金이 가까이 붙어 있어서 합하는 힘이 강력하다. 위의 사주는 丙火가 戊土를 생하고 戊土는 다시 辛金을 생하니 연환 상생하여 설기하는 장점이 있으나 밑의 사주는 丙火가 필히 辛金을 극거(剋去)한 후에야 비로소 화살생신(化殺生身)할 수 있다. 이처럼 격국의 고저를 가리는 것은 변화가 무쌍하고 미묘하니 배우는 사람들은 정신을 가다듬고 임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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