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는 주역을 읽지 않는다.
1. 살을 가죽으로 만들어 피로 쓴 책 주역.
주역을 한 번 이라도 처음 부터 끝까지 읽으면 사람이 이상해 진다는 말이 있다. 밤중에 주역을 읽지 마라는 말도 있다. 이 말은 다분히 주역을 신비화 하고 어렵다는 인식을 주기 위한 작문에 불과 하지만 주역이 범상치 않는 책이라는 역설이기도 하다. 주역은 성경이나 경전들과는 다르다. 주역은 무엇인가를 주장 하지도 않고 권하지도 않는다. 재미나 어떤 극적인 교훈도 담아 내고 있지 않다. 그러나 주역은 동양의 5천년 역사와 함께 면면해 왔다. 그것을 나는 주역이 담아 내고 있는 귀신들의 담론으로 본다.
ㅡ 산 사람이 죽은 사람의 일을 할 수는 없다. 죽은 사람이 산 사람들 속에 나와 무엇 인가를 할 수도 없는 것이다. 사람이 죽어 귀신이 된다함은 바로 이것을 이른 말이다.
주자는 일찌기 이 말로 주역의 귀신담을 인식 했다. 8백년전 사람 주자가 태고 시절의 귀신담을 눈치 채고 주역의 상수학자들의 견강부회와 의리역자들의 장황함을 경계 했다. 주역 "손괘"에 이런 말이 있다. 장하용사무분약길무구( 牀下用史巫粉若吉无咎.)다. 상 아래에서 사무가 피를 받아 제사를 올리니 허물이 없다는 뜻이다. 사무(史巫)는 무법을 관장 하는 사람이고 분(粉)은 붉은 칠을 하는 것이다. 약길(若吉)은 굳이 해석이 필요치 않은 고대의 어법이나 若은 사람이 머리를 풀어 헤치고 기다리는 모습으로 허락의 의미가 있다.
고대의 샤먼은 사람이나 짐승의 피로 神明을 불렀다. 주역속에는 도처에 사람을 죽여 신명에 제사 지내는 모습을 보여 준다.
유부광형정길이섭대천( 有孚.光亨貞吉.利涉大川)
"수괘"의 괘사로 '포로(노예)를 죽여 화려한 제사를 올리고 점에 물으니 길하다. 큰 내를 건넌다는 뜻이다. 주역은 이섭대천을 위해 쓰여진 책이다. 이섭대천은 주역이 쓰여진 시대의 지도자들의 덕목이다. 큰 내를 건넌다는 것은 그 시대의 과업이었다. 큰 내를 건넌다는 것은 전쟁이나 사냥(식량의 확보)을 말한다. 이섭대천은 주역에 1백회 정도 나온다.
유부는 포로의 살을 저미는 것이다. 벌을 주는 것이란 해석도 할 수 있다. 당시의 형벌을 거의가 신체형이었다. 則은 다리를 자르는 것이고 奚는 머리카락을 자르는 것이며 盲은 눈알을 뽑는 것이었다. 臣, 民, 鄒, 童, 黑, 及, 章등이 모두 신체형에 관련된 문자들이다.
광형(光亨)은 화려한 제사를 말한다. 광은 머리에 불이 난 사람을 의미 한다. 형은 제사용 집기다. 향촛대의 모습이기도 하다. 주역에는 부인이 여러번 나온다. 부인(浮人)은 포로를 잡아 오는 것을 말한다. 나는 은허갑골 점사에서 '浮人十有之人'이란 점사를 발견 하고 주역속의 유부,부인, 부로 등장 하는 한자가 포로 노예 징벌이란 것을 확신 했다.
유부(有孚)는 포로를 죽이는 것이다. 제사를 지내며 포로(노예)들을 죽여 희생으로 삼는 일은 고대에서 다반사다. 은허갑골 점사에 癸丑卜貞五百僕用이 있다. 계축일에 5백명의 노예들을 희생으로 쓸까요? 하는 점사다. 실재로 중국 정주성 한 유적에서는 천육백명의 유골이 한꺼번에 나온적이 있다. 모두 후두부를 육중한 것으로 가격당한 것이었다. 건물의 상냥식을 기념 하기위한 제사용으로 바쳐진 것으로 밝혀졌다.
은대 상왕의 아내인 '부호'의 무덤에서는 백육십명의 순장자들이 나온바 있다. 제사 건물의 상냥식 그리고 왕족의 죽음에 예외 없이 엄청난 수의 포로(노예)들이 죽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죽이는 방법도 다양 하고 잔인 했다. 주역 '리괘'에는 분녀사녀기여( 焚如死如棄如)가 나온다. 태워 죽이고 뼈를 발라 죽이고 나무위에서 떨어 트려 죽인다는 뜻이다. 주역속에 사(死)는 한번 나온다. 사의 갑골문의 해석은 죽은 사람의 뼈를 추려 내는 모습이다.
'수괘"에 유확정흉유부재도이명하구( 隨有獲.貞凶.有孚在道.以明.何咎 )가 있다. 사냥터에 나가기 전 점을 치닌 흉하여 포로(노예)를 모두가 보는 도로위에서 희생 하니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道는 도로를 뜻한다. 이 도를 믿음과 사상의 의미로 받아 들이기 시작 하며 주역의 본래 면모가 이상해 진다.
한번에 천명이 넘는 사람들을 죽여 한 구덩이에 몰아 넣던 사람들을 비단옷을 입히고 관모를 쐬워 부채를 들려 주고는 성균관의 상석에 앉혀 놓은 것이다. '소축괘'에 유부혈거척출무구( 有孚.血去惕出.無咎 )가 있다. 포로(노예)를 죽여 피를 이리 저리 뿌리니 허물이 없다는 것이다. 이것을 믿음으로 피를 멀리 하니 허물이 없다고 해석 하는것이 지금의 주역이다.
주역은 이섭대천을 위해 유부로 희생을 삼아 점을 치고 점괘를 얻어 출정을 했던 성공과 희망 그리고 실패와 좌절을 하던 청동기 사람들의 기록이다. 성공과 실패는 곧 삶과 죽음이라는 약육강식의 법칙이었고 그 법칙에서 그들은 길 흉이라는 극단적인 선택앞에 번번히 놓였다. 그속에서 포로들의 희생이 神明의 제단에 바쳐졌다.
2. 주역의 독서법.
예기에 주나라 대부(大夫)는 족려, 행, 문의 제사법이 있다고 했다. 주나라 시대에 行과 門의 한자의 의미가 오늘날과 다름을 알려 주는 말이다. 행은 사거리 광장을 뜻한다. 도로의 신이란 해석도 있다. 문은 집을 나서는 순간 출행을 지켜 주는 신이란 생각이 든다. 족(族)은 가족을 말하지만 척추(뼈)라는 의미도 있다.
족려는 주역에 한번 나온다. 은허점사중에 주씨무(周氏巫)라는 점사가 있다. 이것을 양동숙(숙명여대 한문학과 교수)은 상왕(은왕)에게 주나라 사람이 시초를 헌납한 것이라 해석 했다. 나는 이 점사가 오히려 주의 역(易) 곧 주역의 의미가 아닌가 판단 한다. 주역 '대장괘'에 상양우역(喪羊于易)이란 말이 나온다. 주역에 처음 나오는 역자다. 역땅에서 양을 잃는다는 의미인데 은허갑골 점사에서 상우우역(喪牛于易)을 발견한 '고힐강'은 이것이 주역의 한 모습이라 주장 한바도 있다.
나는 은허갑골 점사속에서 王穫( )田.을 발견 하고 반가웠다. 이것은 주역 '손괘" 육사에 나오는 悔亡田穫三品, 바로 그것을 말하는 것이기 때문이었다. 이 기록은 은왕이 무왕과 사냥을 갔던 역사적 사실이다. 삼품은 三公天下有其二를 이루웠다는 좌전의 이야기 바로 그것이 아니고 무엇이랴.
주역은 은말 주초를 살았던 청동기 사람들이 지은 책이 분명 하다. 은말 주초는 갑골문 금문의 시대다. 주역 또한 갑골문 금문으로 쓰였을 것이다. 물론 지금의 주역이 많이 바뀐것도 사실일 것이다. 그러나 지금의 주역안에 은말 주초의 오리지널 필름이 고스란히 담겨 있는 것도 부인 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 필름을 잘 세척 하고 현상을 하면 은말주초 기원전 11세기 사람들의 삶의 모습을 온전하게 엿볼 수 있다.
무자비 하지만 한편으로는 소박하고 순수 하던 사람들이 있었다. 그들은 해 뜨기전 언덕 아래 모여(衆) 일출(日出)을 기다리며(望) 종묘(宗廟)에 제사(亨)를 드리고 희생으로 포로(有孚)를 죽여 점(卜)에 길, 흉을 묻고 무기를 들고 들판으로 사냥(田)을 나갔다. 그들은 주역에 물었다. 전무금(田無禽), 사냥터에 사냥감이 없을까요. 주나라의 노래 시경은 이들의 출정을 이렇게 노래 한다.
활과 화살을 장만 하고 방패와 창을 챙겨 크고 작은 도끼를 들고 바야흐로 출발을 하였네...
주역은 점치는 책이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있다. 주역은 의당 철학서라 말하는 사람들도 있다. 나는 주역은 점치는 책이라고 본다. 그러나 오늘날에는 주역으로 점을 칠 수는 없다고 본다. 주역은 길과 흉 위태와 부끄러움등 아주 제한적인 법위로 청동기 사람들의 세상사의 범위를 담아 낼때 점책으로 기능 할 수 있었다. 복잡다기한 현대의 일상을 주역안에 담아 내려 하는 것은 그 자체가 고역이다.
그러나 나는 주역에 대해 감히 이말은 할 수 있다. 주역은 청동기 사람들의 말린 살가죽에 피로 쓴 책이다. 하여 이 책의 일부를 찟어 유전자 감식을 해도 유용한 살아 있는 책이다. 살아 있기에 주역은 읽는 사람을 혼동 시키고, 밤에는 읽지 말라는 도참까지 나온것이다. 주역속에는 적어도 1만명 이상의 죽음이 있다. 그들의 피를 내어 쓰여진 책 주역이기에 일독을 권한다. 아마도 이 가을밤에 주역을 온전히 읽을 수 있다면 당신은 이미 도인이라 할 수 있다. |
'周易' 카테고리의 다른 글
주역원문 1 (0) | 2006.11.07 |
---|---|
주역 원문...펌 (0) | 2006.10.03 |
갑골문으로 읽는 주역 3 (0) | 2006.09.29 |
갑골문으로 읽는 주역 2 (0) | 2006.09.29 |
갑골문 으로 읽는 주역 (0) | 2006.09.29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