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골문으로 읽는 주역.
18괘. 고(蠱).
蠱 元亨 利涉大川 先甲三日 後甲三日.
(초육) 幹父之蠱 有子 考無咎 蠣終吉. (구이) 幹母之蠱 不可貞. (구삼) 幹父之蠱 小有悔 無大咎. (육사) 裕父之蠱 往見吝. (육오) 幹父之蠱 用譽. (상구) 不事王侯 高尙其事.
큰 제사를 지내다 큰 내를 건느면 이롭다. 내는 갑일의 3일전이나 후에 건너면 좋을 것이다.
고(蠱)는 벌레의 이름이나 상은(나라)이 세력을 넓히던 지역에 살던 독충으로 마취나 환각 약제로도 사용 되던 것이다. (설문)은 뱃속의 벌레라 하고 갑골문에도 독이 있는 벌레가 모여 있는 모양이다. 독충이 그륵(皿)위에 있는 모습인 것이다. 좋지 않은 형상인 것이다. 갑일은 날자를 말한다.청동기 사람들은 60일을 한주기로 한 달력을 쓰고 있었다. 갑골문의 점사에도 한결같이 날자가 가장 먼저 나온다.
주역에서 갑일을 특정 한것은 동양 역사에 중요한 여파를 남긴다. 후에 한 무제가 주역의 (고괘)를 들어 정사를 펼친것도 한 사례다. 주역이 동양 정치사에 일찍 부터 응용 되었다는 말이다.
ㅡ 역에 갑일의 3일전과 후에 내를 건넌다 한다. 짐은 해가 지기전에 아직 추수를 다 하지 못했으니 몸을 정갈 히 하고 교외에 나가 제사를 올려야 하겠다.(한서)
청동기 사람들에게 날자를 안다는 것은 곧 하늘을 아는 것과 마찮 가지라는 인식이 있었다. 날씨를 알아야 나라(邑)를 운용 할 수 있었을 것이고 농사를 지을 수 있었을 것이기 때문이다. 하여 청동기 사람들은 날씨의 정보를 알기 위해 많은 노력과 고민을 한다. 초기 주역에 나타난 이 고민은 주한대를 거쳐 송나라 때까지 계속 된다.
하도의 수나 낙서의 수, 오행등 여러 생각들이 나타나 주역의 색깔과 두께를 화려 하고 두껍게 만든다. 이곳에서 나타난 숫자 신비주의는 주역의 발전에 중대한 오류와 함께 대중화를 시키는 데에는 한몫을 단단히 하기도 한다. 다음이 주역 상수학파들의 오류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중국 한국을 통 털어 현재 상수 학파의 최고 대가로 통한는 대산 김석진의 말이다.
ㅡ바둑판은 가로 세로 19줄로 되어 361(19x19=361)점 으로 되어 있는 오락 기구다. 기국(棋局)의 棋는 期와 통하는 말로 돌, 때, 기약을 말한다. 360은 주천상수(周天象數)를 뜻한다. 360일을 달로 계산 하면 30년이다. 흑백을 번갈아 놓으면 1세(30년) 인데 주역 상경이 30괘로 끝나는 것과 같다.
또 360번째 효인 수택절(水澤節)이 마디로써 도수를 정하고란 말이 30을 마치면 선후천(先後天)이 바뀌는 것을 암시한 것이다. 바둑판이 각 방향에서 18줄씩 72줄로 되어 있는 것이 이를 뒷받침 한다. 우주의 순환 주기를 129.600년으로 볼때 360분의 1이 360이 된다. 이러한 순환 주기를 음양(흑돌과 백)이 운행 하되 72회로 다투게 되면 (요임금으로 부터 72갑자)가 되면 후천이 오는 것이다.ㅡ
대산 선생의 이말을 조금 더 부언 설명 하면 이런 말이다. 19는 하도수 10과 낙서수 9를 합한 숫자다. 선천(하도) 후천 (낙서)을 합하여 놓는 다는 것이다. 1에서 19까지를 차례로 더 하면 361이 된다. 가운데 천원을(1) 빼면 주천 상수라는 것이다.
또 19줄을 각 방향에서 보면 총 72줄이 되는데 72(18x4)는 토왕지절(土旺之節)로 요임금 탄생 서기전 2372(을축년)년으로 부터 72회(4,320년) 무자년 1948년에 이르러 선천 세계가 끝나고 후천 세계가 시작 되었다는 것이다.(서전에 요임금은 서기전 2372년에 나라를 세웠다고 기록 한다)
바둑의 기원설중 하나인 요순설을 주역의 대가가 주역의 본의와 연결 지어 이렇게 연구를 하고 있다는 것이 경외 스럽다. 그러나 이 해석은 견강부회다. 중국에서 발굴된 많은 고대의 바둑판이 13도 17도등임을 알고 나면 바둑판속에 해인의 비밀이 숨겨져 있다는 김석진의 연구를 머쓱 하게 한다. 나는 바둑의 고향이 주역이다(월간 바둑 9월호)라는 논문을 발표한적이 있다. 청동기 시대의 바둑판은 점을 치는 기구로 생겨 났다는 것이 논지다.
망상문자(妄想文字)라는 말이 김석진의 말을 두고 하는 말이다. 주역의 이런 비유와 해석들이 자칭 타칭 현대 주역의 최고 대가란 사람들이 하고 있어 문제다. 고괘에 반복적으로 나오는 간부지고를 아버지의 음난한 첩으로 해석 하는 것이 이제까지의 주역의 일반적인 해석 이다. 춘추전에 나오는 음난한 여자를 고(蠱)라 한다는 영향을 받은 탓이다.
그러나 고를 굳이 음난한 여자라 해석할 필요는 없을 듯 하다. 아버지의 어떤 고민,정도로 보는 것이 고괘의 전체에 나타나는 논지와 부합 되기 때문이다. (육오) 아버지의 음난한 첩을 바로 잡으니 명성을 얻을 수 있다(고형의 해석)가 그것인데 고형(중국 최고의 고거학자)은 (구이)에서 이미 아버지의 규방은 자식이 간섭 할 수 없다는 해석으로 육오의 해석을 부인 하고 있다.
간(幹)이 바로 잡다는 정(正)의 다른 자이니 아버지의 허물을 바로 잡으니 명예가 있다로 해석을 해야 (육오)의 바른 해석이다. 고괘는 어려움에 처한 한 집안의 이야기다. 아버지는 무슨 큰 일을 잘못 하고 곤경에 처해 있고 어머니까지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 상황이다. 그런데도 갑일을 전후해 중요한 출정을 앞두고 있는 자식은 부모의 일로 동분서주 하고 있다.
(초육) 아버지의 잘못을 바로 잡다. 그런 아들이 있다면 허물이 없을 것이다. 염려 하면서 끝까지(노력) 하면 길할 것이다.
이것을 (상전)은 아들이 아버지의 일을 계승 하는 것이다 한다. 아버지의 허물이나 어머니의 허물은 기본적으로 자식의 허물이기도 하다는 것이 청동기 사람들의 생각이라면 자식의 잘못 또한 부모의 잘못이라는 동양적 사고가 실감 난다.
기족 공동체 , 부족 공동체 속에서 단결과 협동만이 질박한 삶을 영위 할 수 있었던 청동기 사람들의 사고와 행동의 모습이 잘 반영 되어 있는 모습이다. 아버지의 허물을 고치면 작은 소리는 들어도 끝내는 허물이 없다(구사)가 이를 증명 한다.
유교에서 수기치인(修己治人)을 말한다. 자신과 가족등 가까운 곳을 돌보고 큰 것을 추구 하라는 말이다. 고괘는 바로 이 수기치인을 말한다. 수기를 하다가 왕의 일을 돕지 못해도 부끄럽거나 잘못이 아니라 하지 않는가(상구).
우리는 언어와 문자를 신격화 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지금 말하는 이름은 엄밀 하게 따져 이름을 가진 사람의 속성이 아니다. 비슷한 근사치를 표시 하는 기호일 뿐이다. 비슷 하기는 하나 실체는 아닌것 이것을 일찍 간파한 붓다는 나의 목마름을 타인이 마시는 물로 대신 할 수 없다고 했다.
고괘는 어려움에 처한 내가 그 어려움을 헤쳐 가는 실천적 방법이다. 이 뜻을 간파한 또 한사람의 학자인 권근은 주역천견록에서 이렇게 고괘를 정리 한다.
ㅡ 덕있는 자가 백성을 양육 하여 키우는 것이 산이 물(物)을 키워 초목이 무성 해 지면 산 또한 깊어져 울창해 지는 것과 같다. 구태어 나와 남을 비교 하여 무슨 일을 구하려느냐.
권근의 고괘에 대한 독후감은 심원 하다. 삶의 길에서 자신을 바로 잡는 일은 언제나 힘든 법이다. 청동기 사람들의 나 닦기를 조선 사람 권근은 이렇게 생각 했다.(정이천)이 말한 어려움을 다스리는 도(治蠱之道)나 (주자)가 말한 폐단이 쌓여 고에 이른것등과는 고괘에 대한 접근 방법이 다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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