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부경(天符經) 1
천부경(天符經, Chonbukyong)은 한민족(韓民族, 朝鮮族) 최고(最古)의 나라인 환국(桓國)에서 입으로 전해지다 환웅(桓雄)이 하늘에서 내려온 뒤, 신지(神誌) 혁덕(赫德) (1)에게 명하여 녹도(鹿圖)의 글자로 기록하게 하였다. 이것이 바위에 전각(篆刻)된 것을 신라(新羅, Shilla, B.C. 57~A.D. 935)의 고운(孤雲) 최치원(崔致遠)이 보고 다시 첩(帖)으로 만들어 세상에 전해졌다. (2) 그후 조선시대(朝鮮時代) 중종(中宗)무렵 이맥(李陌)이 태백일사(太白逸史)에 삽입(揷入)하여 그 명맥(命脈)을 잇게 되었다. 일십당주인(一十堂主人) 이맥(李陌)은 그의 직간(直諫)이 연산군(燕山君)의 노여움을 사게되어 갑자년(甲子年)에 충북(忠北) 괴산(槐山)으로 유배(流配)되어 귀양(歸養)살이를 한 사람이다. 16년 뒤 중종(中宗) 15년 (A.D. 1520) 이맥이 찬수관(撰修官)이 되면서 내각(內閣)에 소장(所藏)되어있는 여러 비밀서적(秘密書籍)들을 접하게 되었고, 귀양시절 채록(採錄)한 것을 합하여 삼일신고(三一神誥) 등 비전(秘傳)되는 기록과 함께 태백일사를 편집(編輯)하였으나,(3) 유가(儒家)와 불가(佛家)의 사대주의(事大主義) 위세(威勢)에 눌려 감히 드러내지 못하고 은밀하게 전해져 내려왔다. 천부경(天符經)은 태백일사(太白逸史) 소도경전본훈(蘇塗經典本訓)에 포함(包含)되어 있는 것으로, 1898년 계연수(桂延壽)가 단군세기(檀君世紀)와 태백일사(太白逸史)를 합쳐서 환단고기(桓檀古記)를 편찬(編纂)하여 오늘에 이르게 되었다. (4)
모두하여 81자인 천부경(天符經)은 비록 간단한 문장(文章)이지만 수많은 학자들에 의하여 다양하게 평가되며 그 해석조차 읽는 방법에서부터 적용 범위까지 천차만별(千差萬別)이다. 천부(天符)는 여러 기록에서 환웅(桓雄) 시대부터 세상을 다스릴 때 사용한 것으로, '천부인(天符印)', '천경(天經)', '천부(天符)를 새긴 거울(鏡)' 등으로 나오는데, 주로 경전(經典)으로서 신고(神誥)와 함께 민중에게 설명하여 깨닫게끔 하고 있다.(5) 구환(九桓)을 통일한 단군왕검(檀君王儉)이 지도자(指導者, 國人)들을 불러 약속하기를, "앞으로는 백성의 뜻을 물어 공법(公法)을 만들고 이를 천부(天符)라 할지니, 그 천부(天符)란 만세(萬世)의 강전(綱典)이며 지극히 존중(尊重)하여 아무도 이를 어길 수 없는 것이다." (6) 라고 하였다. 그리고 천부경과 함께 강연(講演)하였던 신고(神誥)는 삼일신고(三一神誥, Samilshinko)라 하는 것으로서 "천신조화(天神造化)의 근원(根源)과 세상사람들과 사물들의 변화(變化)에 대하여 상세히 쓴 것으로서, 옛책에는 구분되지 않던 것을 행촌(杏村) 선생이 처음으로 5장(章)으로 나누어 놓은 것이다."(7)라고 이맥(李陌)은 설명하였다. 즉 삼일신고(三一神誥)는 천부경(天符經)을 보충하여 기술(記述)한 것으로 생각할 수 있으며, 천부경은 말하자면 법전(法典) 이상의 천상(天上)의 진리(眞理)로서 만물(萬物)의 생성(生成)과 변화(變化)에 대한 원리(原理)를 쉽고 간단하게 요약(要約)한 것이라 하겠다.
오늘날 전해지는 천부경(天符經)은 가로, 세로 각각 9자(字)씩 모눈(方眼)으로 한자(漢字)가 정렬(整列)되어 전체적인 모양이 정사각형(正四角形)을 이룬다. 전해지는 기록에서는 이 천부경이 처음에 녹도문(鹿圖文, 鹿書)으로 기록되었고, 토판(土版)에 전문(篆文)을 새겨 패용(佩用)하였으나, (8) 아직 녹도문(鹿圖文)이 어떠한 모양의 글씨이었는지 모른다. 그러나 평안북도(平安北道) 영변군(寧邊郡) 묘향산(妙香山)에서는 위와 같은 신지전각(神誌篆刻)이 발견되어, 이것이 천부경이라는 주장(主張)이 제기되고 있으며, 계연수가 확인한 전문(篆文) 각자(刻字)가 바로 이것이라고 할 수 있다. 비록 기록 상으로는 여러가지 고대(古代) 문자(文字)가 있었지만 현재까지 밝혀져서 인정된 문자(文字)의 역사(歷史)는 메소포타미아(Mesopotamia) 문명(文明)의 남부 지역인 수메르(Sumer)에서 시작되었다. B.C. 3500~3000년 경에는 중국에서도 그림문자가 발생되었으며, B.C. 2900년 경 수메르의 우루크(Urg)에서는 그림문자가 쐐기모양의 설형문자(楔形文字)로 바뀌었다. 중국에서는 B.C. 1500년 경에 기호(記號)로 되었다가, B.C. 200~ A.D. 200년 사이에 체제가 완비(完備)되어 오늘날까지 거의 변하지 않은 채로 그대로 쓰이고 있어,(9) 한자(漢字)가 제대로 사용된 것은 대략 진(秦, Chhin, B.C. 221~B.C. 207) 시대부터라고 할 수 있다.
지금의 질서있는 짜임새에서는 처음부터 한자(漢字)에 준하는 문자(文字)로 기재하였으리라 생각될 정도로 글자 하나 하나에 의미가 담겨져 있으며, 무엇보다도 반복되거나 연속된 문자들이 운률(韻律)과 함께 의미(意味)를 연결시켜주고 있어 의도적으로 구성한 듯한 느낌을 주고 있다. 녹도문(鹿圖文)의 구성이 어찌되었는지 전혀 알 수 없지만, 지금 볼 수 있는 빈틈없는 짜임새와 암호(暗號)같은 숫자에서 불러일으키는 혼돈(混沌)과 신비성(神秘性)은 한문(漢文)이 아니면 절대 불가능하지 않을까 생각된다. 이런 점에서 현재의 81자는 아마도 한문(漢文)이 완벽하게 자리잡은 다음인, 기원후 2세기경 이후에 고전(古典)에 능통(能通)한 최치원(崔致遠)에 의하여 재구성(再構成)되고 작성되었다고 할 수 있다. 어찌했든 이 천부경은 가로, 세로가 똑같은 글자수로 되어있기에 마치 마방진(魔方陣)과 같이 숫자의 조합(組合)으로 볼 수도 있고, 그만큼 다양한 방법으로 읽을 수 있으나, 한자(漢字)를 읽는 순서대로 오른쪽 위에서 아래로, 다시 왼쪽으로 줄바꾸어서 차례대로 읽어가는 것이 보통이다. 그리고 쉼표가 없는 관계로 어디에서 끊어 읽느냐에 따라 의미(意味)가 달라질 수 있다. 하지만 앞뒤의 문자가 서로 뜻이 통하여 커다란 차이가 없이 골격(骨格)은 변하지 않은채 다양한 해석(解析)이 나올 수 있어서, 이 짤막한 문장(文章)에 묘미(妙味)를 더하고 있는 것이다.
* 3世 檀君 嘉勒이 三郞乙 普勒에게 만들도록 한 加臨土正音 38字
一始無始
하나에서 비롯됨은 무(無)에서 비롯한다는 것과 같다.
일시무시(一始無始) ; 여기서 하나(一)는 세상의 처음이자 모든 만물의 근원(根源)을 말하는데, 주로 하늘을 상징하며 사람을 포함한 모든 자연물이 하나(一)인 하늘에서 비롯하였다고 한다. 이 하나(一)는 천부경 전체를 통하여 위대하고 거대하며, 유일한 것으로 나오는데, '일'이라고 읽는 것보다는 '하나'라고 읽어야 그 뜻이 제대로 통한다. 여기에서 인용(引用)되는 대부분의 고대문헌(古代文獻)에서도 하나(一)는 단지 한 개를 뜻하는 숫자가 아니고 하늘(天)이나, 신적(神的)인 존재(存在), 그리고 매우 거대한 하나(大)를 뜻할 때 사용되고 있다. 이 점은 우리글에서 하나(一, hana), 하늘(天, hanul), 하나님(神, hananim), 한글(큰글, 大文, hangul)을 보더라도 쉽사리 알 수 있는 것으로, 천부경이 원래 한문(漢文, 漢語, chinese)이 아닌 한글(韓文, 朝鮮語, korean)을 바탕으로 작성되었으며, 최치원에 의하여 한문화(漢文化)되면서 오히려 의미가 복합(複合)되지 않았나 생각된다.
삼일신고(三一神誥) 제1장(章) 허공(虛空)에 보면, "푸르고 푸른 것이 하늘이 아니며, 검고도 검은 것이 하늘이 아니다. 하늘은 형질(形質)이 없으며, 시작과 끝도 없고, 위 아래 방향도 없이 텅 비어있으며, 있지도 않으면서 모든 것을 감싸고 있다." (10)라고 하여서 20세기(世紀)들어 알려진 우주(宇宙)의 진공(眞空) 상태를 이미 그 당시에 알고서 상세하게 가르치고 있다. 우주탐험(宇宙探險)이 시작되어 사람이 달까지 갖다온 지금이야 너무나 당연하게 알고있는 것이지만, 비행기조차 없었던 원시시대(原始時代)에 방향을 알 수 없는 대기권(大氣圈) 밖의 우주 공간(空間)을 정확하게 묘사를 하고 있다. 이맥이 지은 태백일사(太白逸史, Taibaik-ilsa)에는 많은 옛글들이 수록되어 있다. 그 가운데 표훈천사(表訓天詞, Pyohunchonsa)에서는 이런 말이 있다. "태초에는 상하사방(上下四方)을 당장 볼 수 없는 암흑(暗黑)이었으며, 과거(過去)와 현재(現在)가 교차(交叉)하면서 단지 하나의 커다란 빛이 밝게 비추었다."(11) 이는 아무것도 없는 우주 공간에서 시간(時間)이 형성(形成)되고 어디선가 대규모의 빛이 일어났다는 이야기이다. 다시 말하면 아무것도 없는 무중력(無重力)의 공간(空間)에서 어느정도 시간이 흘렀으며, 그 시간(時間)의 차원(次元)가 달라지면서 대섬광(大閃光)이 일어나 온 세상을 밝게 비추었다는 태초(太初)의 탄생(誕生)에 대한 글이다. 이것은 우주에서 대폭발(大爆發, Big bang)이 일어나 현재의 지구(地球)와 모든 은하계(銀河系)가 만들어졌다는 이론(原始宇宙 大爆發 理論)과 똑같은 것으로, 현대에 이르러 가까스로 얻어낸 결론을 이미 지금으로부터 5000년 이전의 환웅(桓雄) 시대에 알고 있었다는 것이다.
다시 삼일신고(三一神誥) 제4장을 보면, "너희 땅이 크다고하나 하나로 이루어진 세계(世界)이다. 그 속에 불(火)이 흔들리고 움직이므로서, 바다가 변하여 육지(陸地)가 되어 지금 보여지는 모습이 이루어졌다"(12)라고 씌여있다. 인간이 살고있는 곳이 하나의 지구(地球)이며, 그 가운데는 뜨거운 용암(鎔岩)과 용암의 작용으로 대륙(大陸)이 움직이고, 육지(陸地)가 형성되며, 이 용암 위에 떠있는 판대륙(板大陸)이 움직이다 충돌하면서 지금의 화산(火山)과 지진(地震) 활동이 이루어진다. 이것이 바로 20세기에 밝혀진 맨틀(mantle)과 판구조론(板構造論, Plate Tectonics), 대륙이동설(大陸移動說, Continental Drift Theory)(13)로서, 단지 과거에서부터 전해져 내려오는 것을 좀더 분명하게 풀이한 것에 불과한 것이다. 이러한 상황이니 삼일신고와 함께 천부경에 대하여 믿음을 가지고 여기서 말하는 세계를 들여다 볼 필요가 있다. 천부경의 "일시무시(一始無始)"라는 첫구절은 우리 세계와 인간이 어떻게 시작되었는가를 밝히는 매우 중요한 구절(句節)로서, 거대하고 유일한 존재(存在)이자 아무것도 없는 무(無)에서 모든 것이 시작되었다는 천지창조(天地創造)에 대한 말인 것이다.
一析三極無盡本
하나가 쪼개져 삼극(三極)으로 나뉘어도 그 본바탕(根本)은 없어지지 않는다.
일석삼극(一析三極) 무진본(無盡本) ; 석(析)은 나무를 도끼로 쪼개는 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가르거나 나눈다는 뜻이며, 극(極)은 다하다, 끝나다라는 뜻을 갖고있다. 본(本)은 나무(木)에 지평선(一)을 더하여 나무의 밑부분인 뿌리라는 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밑, 기원, 바탕 등의 뜻이 있다.(14) 위 구절을 단순하게 해석하여 보면, 나무토막 하나가 쪼개져 셋으로 나뉘어지더라도 나무이듯이, 만물(萬物)이 원래 갖고있던 본성(本性)과 본질(本質)은 변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즉 "산(山)은 산이오, 물(水)은 물이다"라고 말하는 것이며, 물질(物質)이 아무리 쪼개져도 원래의 속성(屬性)은 달라지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다. 그렇지만 좀더 깊게 그 뜻을 헤아려 보면 고대(古代)의 물리학(物理學)에 접근하게 된다.
태백일사(太白逸史)에서 인용된 대변설(大辯說 또는 大辯經)의 주석(註釋)은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하나의 기(氣)로부터 세 개의 기(氣)로 스스로 갈라진 것이 극(極)이다. 극(極)은 무(無)이며, 위대한 하늘의 근원(根源)은 곧 삼극(三極)이 통하여 이루어진 것으로 허전하고 텅비어있으며, 안과 밖이 역시 그러하다."(15) 하나도 무(無)인데 거기서 갈라진 것도 무(無)라고 한다. 즉 아직 물질(物質)이 아니고 물질 이전의 혼합(混合) 및 혼돈(混沌) 상태(狀態)인 기(氣)가 있고, 그 기(氣)에서 다시 세 방향으로 나뉘어져 세 개의 기(氣)가 형성되었다는 것이다. 이것을 표훈천사(表訓天詞)에서는 약간 다르게 말하고 있다. "천상계(天上界)에서 삼신(三神)은 유일한 상제(上帝)이다. 그 주체(主體)는 곧 일신(一神)이 되지만 신(神)이 각각 따로 있는 것이 아니고 그 작용(作用)이 곧 삼신(三神)인 것이다."(16) 단지 작용(作用)이 세가지일 뿐 실체(實體)는 하나라는 이야기이다. 이 두가지 글을 종합하면 이렇다. 아직 혼돈의 상태에서 세가지의 작용을 할 수 있는 기(氣)가 분리되었으며, 세 군데로 분리된 상태에서 서로 교류(交流)하여 하늘의 근원(根源)이 형성되었다는 말이다.
신시(神市) 때에 발귀리(發貴理)는 아사달(阿斯達)에서 제천(祭天)의 예식(禮式)을 끝낸 뒤 노래를 지었는데, 그 중에 이런 말이 있다. "예로부터 원(圓)이라는 것은 하나이며 무극(無極)이고, 방(方)이라는 것은 둘이며 반극(反極)이다. 그리고 각(角)이라는 것은 셋이며 태극(太極)이다."(17) 원(圓)은 끝(極)이 없이 하나로 이어진 것으로 점(點)이 커진 모양이며, 무궁무한(無窮無限)한 하늘과 우주(宇宙)를 상징한다. 사각형(四角形, 方)은 지구(地球)를 뜻하기도 하나 주변의 땅을 네모지게 둘러논 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서로 상반(相反)된 끝(極)을 갖고 있다. 그 끝이란 지자기(地磁氣)인 북극(北極, N)과 남극(南極, S)을 말하는 것이고, 경우에 따라서는 음기(陰氣)와 양기(陽氣)의 이원적(二元的)인 구조(構造)를 뜻하기도 하여서, 서로 다른 두가지의 성질(性質)이 상반(相反)되어 상충(相衝)하고 서로 견제(牽制)하면서 하나의 땅이 형성되었다는 뜻에서 이(二)로 표시한다.
그리고 세 번째의 각(角)은 평평한 땅에서 용암(鎔岩)이 분출되어 솟은 산(山) 모양에서 비롯된 것으로, 땅 위에 있는 사람을 포함한 모든 동식물(動植物)과 자연물(自然物)을 대표한다. 수많은 종류가 뒤섞여 혼돈(混沌)스럽지만 서로 역어져서 나름대로 형성한 질서(秩序)를 태극(太極)이라 하여서, 삼(三)은 각(角, 三極)이고, 태극(太極, Taikuk, Taichi)이며, 따라서 음기(陰氣, Um, Yin)와 양기(陽氣, Yang), 그리고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Laotzu Taoteching)에서 말하는 충기(沖氣, Chung)와도 같은 중간매개체(中間媒介體)로서의 세 번째 기(氣)를 뜻하는 것이라 할 수 있다. 결국 삼(三)은 삼태극(三太極)을 말하며, 음양(陰陽)이 충기(沖氣)로 인하여 조화(調和)하여 삼태극(三太極)이 형성되고, 여기서 만물(萬物)이 나온다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현재 알려진 양극(兩極)으로 조화된 태극(太極)의 모양은 후대(後代)에 형성된 것으로, 과거에는 분명히 오른쪽 그림과 같이 삼극(三極)으로 나뉘어져 있었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는 일석삼극(一析三極) 무진본(無盡本)은 하나가 쪼개져 셋으로 나누어지고, 또한 이것이 계속되어도 그 바탕되는 기(氣)는 마르거나 없어지지 않고 무한(無限)하게 남아있다는 것을 말하는 것이다.
天一一地一二人一三
하늘은 하나, 땅은 둘, 사람은 셋이다.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 ; 고대인(古代人)들은 하늘을 둥근 원(圓, ○)으로, 땅은 네모진 사각형(四角形, □)으로, 사람은 두개의 다리를 벌린 인(人)자 모양에서 비롯된 삼각형(三角形, △)으로 형상화(形象化)하였다. 이러한 상징(象徵)은 하늘과 땅이 있고 그 사이에 사람이 살고있다는 단순한 진리(眞理)를 문자(文字)가 만들어지기 이전부터 그림과 기호(記號)로 표현한 흔적이라고 할 수 있으며, 이러한 상황은 동서양(東西洋)을 막론하고 비슷한 것이다. 그런데 이 천부경에서는 하늘, 땅, 사람을 기하적(幾何的)인 도형(圖形)이 아닌 숫자(數)로 보여주고 있다. 하늘은 한없이 넓은 하나(一)로서 하나님(神)이 있는 곳이며, 모든 만물(萬物)을 말할 수 있는 숫자의 시작인 하나(一)라는 것이다. 그리고 땅은 앞서 말하였듯이 상반(相反)된 두 가지의 성질이 하나에 모여있는 것으로 이(二)라고 한다. 그러나 경우에 따라서는 하늘과 땅의 두가지를 함께 말할 때도 이(二)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서 하늘과 땅이 교접(交接)하여 만물(萬物)이 태어났다하여 '하늘과 땅(二)' 사이에 작대기 하나(一)를 끼어놓은 모양이자, 일(一, 1) + 이(二, 2) = 삼(三, 3)으로서 삼(三)이라 표시한다.
대변설(大辯說)의 주석(註釋)에서는 이렇게 말한다. "기(氣)는 곧 하늘에 떠있는 빈 것이고, 따라서 그 속에 자연히 들어있는 하나(一)라고 하는 신(神)이 쉽사리 삼(三)을 만든다. 삼신(三神)은 천일(天一), 지일(地一), 태일(太一)이라는 신(神)이며, 기(氣)가 스스로 자유로이 움직여서 가르치고 다스려 삼(三)으로 바뀐 신(神)이 된다. 신(神)은 곧 기(氣)이며, 기(氣)는 허(虛)하여서, 다시 하나(一)가 되는 것이다."(18) 일(一)에서 삼(三)으로 바뀌고 다시 일(一)로 돌아가는 순환체계(循環體系)를 비록 짤막하지만 매우 논리적(論理的)으로 함축(含蓄)시켜 놓았다. 그러니 삼(三)은 기(氣)의 움직임으로 인하여 형성된 것이라 할 수 있어, 기(氣)의 내용에 대하여 살펴볼 필요가 있다.
노자(老子)의 도덕경(道德經)에 이러한 말이 있다. "도(道, To, Tao)는 하나를 낳고, 하나는 둘을 낳고, 둘은 셋을 낳고, 셋은 만물(萬物)을 낳는다. 만물(萬物)은 음기(陰氣)를 등에 업고 양기(陽氣)를 끌어안아 충기(沖氣)로서 조화(調和)를 이룬다."(19) 여기서 충기(沖氣)는 "음양(陰陽)이 서로 조화(調和)되게 하는 화순(和順)한 기운(氣運)으로서, 비어있으며 가득 차지않고 유연(柔軟)한 것이다."(20) 이 유약(柔弱)한 충기(沖氣)로 도(道)가 작용한다. 노자(老子)는 세상의 근원을 도(道)라 하고, 그 도(道)에서부터 하나라는 기(氣)가 나오고 그 기(氣)가 둘로 나뉘어져 음(陰)과 양(陽)이 생기고, 음양(陰陽)이 합하여 삼(三)이라는 것이 생겨서 거기서 만물이 나온다고 한다. 도덕경에서는 삼(三)이 음기(陰氣)와 양기(陽氣) 그리고 음양(陰陽)을 조화시키는 충기(沖氣) 세가지를 말하고 있다.
춘추시대(春秋時代)에 편찬된 열자(列子) 천단편(天端篇)에는 위서(緯書) 역위건착도(易緯乾鑿度)에서 인용된 다음과 같은 글이 나온다. "모양(形態)이 있는 것이 모양이 없는 것에서 나왔다고 한다면 천지(天地)는 어디에서 생겼다고 할 것인가? 그러기에 태역(太易)이 있고, 태초(太初), 태시(太始), 태소(太素)가 있게 마련이다. 태역(太易)이란 아직 기(氣)가 나타나지 않은 상태이다. 그리고 이것으로부터 기(氣)가 생기기 시작한 상태, 그러면서도 아직 음(陰)과 양(陽)으로 나눠지지도 않은 단계를 태초(太初)라고 한다. 다시 이것이 나눠져서 음양(陰陽)의 두 기운(氣運)이 되므로서, 양(陽)은 하늘을 이루고 음(陰)은 땅을 이루어 모양이 생기기 시작한 것, 이 단계를 태시(太始)라고 이른다. 이처럼 음양(陰陽)의 두 기운이 합쳐져서 생겨난 만물(萬物)이, 각기 제 나름의 성질을 지니기 시작하는 것, 이 단계를 태소(太素)라고 한다." (21) 여기서는 혼돈상태(混沌狀態)를 구분하여 기(氣)가 형성되기 전에 태역(太易)이 있고, 기(氣)가 형성되면서부터 태초(太初), 그 다음에 음양(陰陽)으로 나누어지면서 가벼운 것은 위로, 무거운 것은 아래로 가라앉아 하늘(天, 陽)과 땅(地, 陰)으로 구분되면서 형태가 이루어지기 시작한 상태를 태시(太始)라 하고, 음양(陰陽)이 조화(調和)를 이루면서 수많은 종류의 물질이 제각각으로 달라지기 시작하는 단계를 태소(太素)라고 칭한다는 말이다. 사실 이름만 달랐지 세차례의 변화 과정은 다를게 없다.
이는 천부경에서도 비슷하게 말하고 있다. 노자도덕경(老子道德經), 위서(緯書), 천부경(天符經)의 선후관계(先後關係)가 어찌 되는지는 전혀 알려진 바가 없지만, 일(一)에서부터 삼(三)으로 갈라지고 삼(三)에서 모든 것이 나온다고 하는 점이 똑같아 서로의 사상(思想)이 같은 근원에서 출발하였으며, 천부경이 도가(道家)와 어느정도 상관관계(相關關係)가 있었음을 시사(示唆)한다. 그런 점에서 필자는 천부경에서 모호하게 말해주는 삼(三)의 본체(本體)를 도덕경에서 말하는 기(氣)의 조화로운 혼합체(混合體)로 해석하고자 한다.
이맥(李陌)은 삼일신고(三一神誥)를 나름대로 간추려서 말하기를, "일(一)은 허공(虛空)이며 일(一)에서 시작하지만 시작과 같지 않고, 일(一)에서 끝나지만 끝나는 것이 아니다. 밖은 허(虛)하고 안은 비었으나 변함은 없다. 이(二)는 일신(一神)이며 허공(虛空)으로 가서 색(色, 物質)을 돌아오게 하는 것처럼 여러 가지를 주재(主帝)하고 있다. 삼신(三神)이 대제(大帝)가 되어 실로 이루는 것이 많다. 삼(三)은 천궁(天宮)이며 선인(仙人)들이 살면서 많은 선행(善行)으로 만족하고 영원히 쾌락(快樂)을 누리는 곳이다. 사(四)는 세계(世界)이며 많은 별들이 해에 속하듯이 수많은 백성들은 현군(賢君)에 속하고 여기서 태어난다. 오(五)는 사람(人間)과 물건(物件)이며 모두 삼신(三神)에게서 나와 하나의 선인(仙人)으로 돌아간다. 이를 대아(大我)라 한다"(22) 라고 하였다. 일(一), 이(二), 삼(三), 사(四), 오(五) 장(章)을 각각 허공(虛空), 일신(一神), 천궁(天宮), 세계(世界), 인물(人物)로 대표하여 말하고 있으며, 인간 세상의 모든 것이 삼신(三神)에게서 비롯되어 다시 하나(一神)로 돌아간다고 한다.
대부분의 상고(上古) 문헌(文獻)에서는 일, 이, 삼 모두 하늘, 땅, 사람을 대표하는 것으로 각각의 신(神)이 있다고 하였다. 표훈천사(表訓天詞)에서는 "삼신(三神)은 천일(天一)과 지일(地一)과 태일(太一)이다."(23) 라고 하여, 하늘이자 신(神)이고 위대한 존재임을 복합하여 나타낼 때 천일(天一)이라고 적는다. 그리고 고려팔관기(高麗八觀記)에는 "상계(上界)의 주신(主神)은 그 호(號)를 천일(天一)이라 하며, 하계(下界)의 주신(主神)은 지일(地一), 중계(中界)의 주신(主神)은 태일(太一)이라고 한다" (24) 라고 하여 하늘에 계신 하느님, 즉 천신(天神)을 천일(天一)이라고 표현하였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마찬가지로 지일(地一)은 지신(地神), 인일(人一) 또는 태일(太一)은 태신(太神)을 말하는 것이어서, 여기에서의 천일일(天一一) 지일이(地一二) 인일삼(人一三)은 천신(天神)은 일(一), 지신(地神)은 이(二), 인신(人神) 또는 태신(太神)은 삼(三)으로 대표한다는 것이다.
一積十鉅無櫃化三
하나씩 쌓여 열(十)이 되고 가득차면 셋으로 바뀐다.
일적십거(一積十鉅) 무궤화삼(無櫃化三) ; 십(十)은 동서(一)와 남북(ㅣ)과 중앙이 모두 갖추어져 전부와 일체를 뜻하는 모양에서 비롯된 것이고, '궤'는 궤(櫃)와 같이 그릇을 담는 함이라는 같은 뜻을 갖고있지만 다하다, 텅비어있다라는 뜻도 갖고 있으니, 무궤(無궤)라 함은 하나씩 더해진 숫자가 열(十)이 되고, 이어서 무한정(無限定)으로 늘어나게 된다는 말이다. 그런데 이 수많은 것이 삼(三)으로 바뀐다고 한다. 앞서 말하였듯이 삼(三)은 삼극(三極)을 이루는 각(角)이요, 태극(太極)이며, 이 태극에서 형성된 수많은 만물(萬物)을 통칭(統稱)한다. "만물(萬物, 庶物)은 모두 무궁(無窮)하나 무궁이 더 영원(永遠)하여 만물(萬物, 庶物)인 것이다. 세상에 머무는 것이 사는 것이요, 하늘로 돌아가는 것이 죽는 것이다. 죽음이란 것은 영원한 생명(生命)의 근본이다. . . . 천하의 모든 물건은 태초(太初)부터 있었으며, 진화(進化)하고, 순환(循環)하므로서 그 존재(存在)가 있는 것이다." (25) 태백일사(太白逸史) 삼신오제본기(三神五帝本紀)에 나오는 이맥의 글이다.
이맥은 만물(萬物)의 세계(世界)에 대하여 좀더 분명하게 설명하였다. 만물이 만물인 것은 각자 그 한계(限界)가 있기 때문이라 한다. 그렇지만 탄생(誕生)과 진화(進化), 사멸(死滅), 그리고 죽으므로서 새로운 탄생(誕生)을 맞이할 수있다는 순환(循環) 속에서 그 존재(存在)는 영원(永遠)하다고 한다. 태극(太極)에서 탄생된 수많은 만물은 각자 자기 할 바를 다하고 다시 자신들의 근원지(根源地)로 환원된다. 그렇지만 그 세계는 무궁무진(無窮無盡)하여 다시 끊임없이 새로운 만물이 생성(生成)된다. 만물이 태어나면서 그 모두는 하나의 생명체(生命體)로서 서로를 분간(分揀)하기 위하여 각자의 이름(名)을 부여받고, 그 이름은 하나씩 증가하면서 무리를 이루어 거대한 집합체(群)를 형성하게 된다. 그 수많은 이름 속에서 서로를 분명하게 알기위하여는 언어(言語)가 필요하게 되고, 언어를 갖고 살다보면 각자 해야할 일과 하는 일의 가치(價値)를 알게된다. 그러므로서 진화(進化)하게되고, 그 후대(後代)는 이를 이어받아 다시 후대에게 넘겨주어 영속(永續)하게 되는 것이다. 사실 이 말의 골자(骨字)는 이맥이 말한 것으로서 필자는 단지 이를 풀이한 것에 불과하다. 이미 확실하게 만물이 속한 세계를 설명하고 있어 필자 나름대로의 견해는 별 가치가 없다고 생각된다.
한없이 영속(永續)하지만 그 각자는 한계적(限界的)인 생명을 갖고있다. 이것이 만물의 속성이자, 곧 삼(三)의 세계이며, 태극(太極)의 절묘한 움직임에 의하여 그 모든 것이 결정되고, 이루어지는 것이다. 삼국시대 이전의 나라이었던 마한(馬韓)(26)에서는 이 원리(原理)를 이용하여 나라를 다스리는 근본(根本)으로 삼았다. 마한세가(馬韓世家)에 나오는 신시(神市)의 가르침을 보면 이렇다. "땅으로서 다스리고자 할 때는 하나씩 쌓아 음기(陰氣)를 돋우고, 전체를 채워 양기(陽氣)를 만들고, 욕심을 내지 않아 충성(忠誠)을 하게한다."(27) 이 아리송한 말은 삼태극(三太極)을 "일적십거무궤(一積十鉅無櫃)"라는 구절에 대입(代入)하여 적용(適用)시킨 것으로, 일적(一積)이 음기(陰氣)이고, 십거(十鉅)는 양기(陽氣)이며, 무궤(無櫃)는 충기(沖氣)라는 말이다. 이것들이 합하여 태극(太極)이라는 조화로운 나라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이 말은 곧 음(陰)이 양(陽)으로 될 수 있으며, 양(陽)은 다시 십(十)이라는 완전한 일체(一切)를 지향(志向)한다는 것이다. 다시 말하자면 음기(陰氣)라 하는 것은 주변에서 하나씩 덧붙이는 것이고, 이 음기(陰氣)가 하나씩 쌓여 양기(陽氣)를 형성하며, 양기(陽氣)는 다시 양기(陽氣)의 중심(中心)으로 집중하여 완전(完全)하게 된다는 의미를 갖고있으며, 충기(沖氣)는 음기(陰氣)와 음기(陰氣)에서 바꿔진 양기(陽氣), 그리고 중심체의 양기(陽氣), 양기(陽氣)에서 바꿔진 음기(陰氣), 이 모든 것을 하나로 묶어 울타리가 필요없이 진심(眞心)으로 나라를 위하게 하는 충성심(忠誠心)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다시 천부경 원문(原文)을 살펴보면, 하나씩 모으는 음기(陰氣)와 그 것을 집중시키는 양기(陽氣), 그리고 음양(陰陽)을 함께 묶어주는 정신(精神)이 모두 화합(和合)하여 일체(一體)를 형성(形成)하므로서, 삼(三)으로 대표(代表)하여 말할 수 있는 신적(神的)인 세계(世界), 즉 삼일(三一)로 지향(志向)할 수 있다는 말이다. 이것은 인간(人間)과 만물(萬物)이 조화를 터득하면 신선(神仙)이나 신(神)으로 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말하고 있으며, 삼(三)이 있기에 오히려 일(一)이 존재한다는 역설(逆說)을 은근히 내포(內包)하고 있다. 그러니 "화삼(化三)"이라는 말은 사람과 함께 수없이 늘어나는 만물(萬物)이 서로 조화하여 삼(三一, 人神)이 될 수 있지만, 이는 삼(三)이 바로 일(一)과 이(二)에서 비롯된 것이라, 일(一)과 이(二) 또한 인간세계와 마찬가지로 변할 수 있다는 것이다.
天二三地二三人二三
하늘도 셋으로, 땅도 셋으로, 사람도 셋으로 된다.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 ; 천일(天一)에서는 일(一), 이(二), 삼(三)이라고 각각의 숫자를 부여(附與)하였던 것이 여기의 천이(天二)에서는 삼(三)으로 통일하고 있다. 바로 앞에서 일(一)이 쌓여져 다시 삼(三)으로 바뀐다고 하였는데, 그 말을 다시 한번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여 강조하고 있다. 하늘과 땅, 사람을 모두 삼(三)이라 하는 것은 하늘과 땅이 모두 삼(三)으로 대표되는 태극(太極)으로 수렴(收斂)된다는 것과 마찬가지이다. 삼신(三神)은 천일(天一)과 지일(地一)과 태일(太一)이기에, 하늘이자 신(神)이고 위대한 존재임을 복합하여 나타낼 때 천일(天一)이라고 적는다. 이미 천일(天一)로서 신성(神性)을 부여하였는데 왜 구태어 천이(天二)를 등장시켜 그 하부구조(下部構造)에 해당하는 삼(三)이라 하였을까. 천일(天一)과 천이(天二)는 어떤 차이점을 갖고 있기에 천(天)이 일(一)에서 삼(三)으로 달라지게 되었을까.
태백일사(太白逸史)에 인용된 고려팔관기(高麗八觀記) 삼신설(三神說)에 이런 말이 있다. "신시(神市) 나리(氏)께서 존중(尊重)하게 여긴 것은, 천일(天一)에서 물(水, 雨)이 생기고, 지이(地二)에서 불(化)이 일어나는 것이다. 이 위치를 잘 이용하여 스승의 길로 삼으면 천하를 다스릴 수 있으며, 천하가 이를 본받게 된다."(28) 여기서 천일(天一)은 하늘, 지이(地二)는 땅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알 수 있다. 하늘에서는 공기보다 무거운 비가 내려 물이 위에서 아래로, 땅속에서는 뜨거운 용암(鎔岩)이 수시로 솟아나와 공기보다 가벼운 불이 아래에서 위로 올라간다. 이 물과 불을 적절하게 이용하면 나라를 잘 다스릴 수 있다는 말이다. 다시말하면 가볍고 비어있는 하늘(天)에서 무거운 비(雨)를 내려주고있으며, 무겁고 가득차있는 땅(地)에서 가벼운 불(火)을 올려주고 있다. 하늘이 가볍지만 무거운 것이 있으며, 땅이 무겁지만 가벼운 것도 갖고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하늘과 땅 모두 이중성(二重性)을 띄고 있으며, 사람이나 동식물(動植物) 또한 암컷과 수컷으로 구분되어 있어 세상의 모든 것이 이중성을 띠고 있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여기에서 하늘을 천일(天一)이라 하고 땅은 지이(地二)라고 하여 서로 같은 지위에 두지 않고, 천지(天地)는 일이(一二)라고 단순하게 수식(修飾)하고 있는 점이다. 이미 앞에서 하늘과 땅, 사람이 각각 일(一), 이(二), 삼(三)으로 대표할 수 있으며, 천지인(天地人) 모두 일(一)을 덧붙여 신격화(神格化)할 수 있는데도 불구하고 땅은 이(二)라는 동어반복(同語反覆)을 사용하였다.
단군세기(檀君世紀)를 지은 행촌(杏村) 이시중(李侍中)은 "도(道)가 하늘에 있으면 삼신(三神)이라 하고, 사람에게 있으면 삼진(三眞)이라 하며, 그 근본을 말한다면 하나 그 자체이다. 오로지 하나인 것(唯一)을 도(道)라 하며, 본체(本體)와 현상(現象)이 둘로 나눠지지 않은 것, 즉 불이(不二)는 법(法)이다"라고 하였다. (29) 여기서 불이(不二)는 비록 하나이지만 이미 둘로 나누어진 상태를 염두(念頭)에 두고 그 두가지가 융합(融合)된 하나를 말하는 것이다. 그러니 구분(區分)이 되기 전(前)이 도(道)이고, 구분이 되었지만 융합(融合)된 것이 법(法)이라는 말이어서, 하나 자체는 이론적(理論的)으로는 본체(本體)와 현상(現象)으로 구분할 수 있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하늘과 땅 그리고 사람이 모두 본체(本體)와 현상(現象)으로 구분하여 볼 수 있으며, 따라서 천일(天一), 지일(地一), 인일(人一)은 본체(本體)이며, 천이(天二), 지이(地二), 인이(人二)는 그 현상(現象)을 말한다고 할 수 있다.
그렇다면 하늘과 땅의 현상(現象)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표훈천사(表訓天詞)를 통하여 알아 보도록 하자. "하늘 아래 두루있으면서 오제사명(五帝司命)을 주관(主管)하는 자(者)를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이라 하며, 땅 아래 두루 있으면서 오령성효(五靈成效)를 주관하는 자(者)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이라 한다." 오제(五帝)는 흑제(黑帝), 적제(赤帝), 청제(靑帝), 백제(白帝), 황제(黃帝)를 말하며, 오령(五靈)은 태수(太水), 태화(太火), 태목(太木), 태금(太金), 태토(太土)를 말하는데, 태수(太水)는 북쪽에서 검은색(黑色)을 주관(主管)하며, 태화(太火)는 남쪽에서 붉은색을, 태목(太木)은 동쪽에서 푸른색을, 태금(太金)은 서쪽에서 흰색을, 태토(太土)는 중앙에서 노란색을 주관(主管)한다고 한다.(30) 즉 하늘에도 하늘 위와 아래가 있고, 아래에서는 다시 다섯으로 나뉘어 하늘의 역할(役割)이 서로 구분되며, 땅에서도 위와 아래가 있고, 아래에서는 다섯으로 나뉘어 구분(區分)된 역할을 맡고있다 한다. 이 모든 것을 삼신(三神)이 지휘(指揮), 감독(監督)하는 것으로 좀더 세분(細分)된 계층구조(階層構造)를 말하고 있다. 그러니 하늘의 위, 아래는 하늘의 본체와 현상을, 또한 이를 천일(天一)과 천이(天二)로 말하는 것이며, 땅에도 위, 아래가 있어 그 본체와 현상을 지일(地一)과 지이(地二)로 말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천하대장군(天下大將軍)과 지하여장군(地下女將軍)은 각기 하늘과 땅에서 실질적(實質的)으로 업무(業務)를 주관(主管)하는 자(者)들이며, 이를 각각 천이(天二)와 지이(地二)로 대표한다는 것이다. 마찬가지로 하늘과 땅이 교접(交接)하여 나온 사람(人)도 위, 아래가 있고, 이를 본체(本體, 마음)와 현상(現象, 몸)이라고 말할 수 있으며, 다시 인일(人一)과 인이(人二)로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시 "천이삼(天二三) 지이삼(地二三) 인이삼(人二三)"이라는 글귀를 보게되면, 상부계급(上部階級)이 아닌 하부계급(下部階級)으로서 이러한 현상적(現象的) 세계(世界)를 모두 삼(三)으로 대표할 수 있다는 것이다.
(1998년 2월 작성)
* 여기에서 인용(引用)된 대부분의 고문헌(古文獻)은 주로 林承國 飜譯, 註解의 '한단고기(또는 환단고기, 桓檀古記)' (정신세계사, 1987)에 수록(收錄)된 것으로, 註釋에 소개된 原文 중에 일부의 古字와 俗字는 必須漢字로 바꾸었으며, 필자 나름대로 한문(漢文) 번역(飜譯)에 최선을 다했다.
(1) 신지(神誌)는 "臣智造書" (三聖記全 上篇), "神誌貴己" (檀君世紀), "神誌高契" (檀君世紀) 등으로 나오는데, 원래 명령을 전하거나 출납헌체(出納獻替)를 맡았었지만, 혁덕이 녹도문을 만든 후, 달력과 책을 편찬하고 기록을 담당하고있다. (太白逸史/ 神市本記 참조)
(2) 그러나 후대(後代)의 계연수는 1916년 9월 9일 태백산(太白山: 妙香山의 옛이름)에서 우연히 바위에 새겨진 천부경을 보고 최치원이 남긴 것으로 여겼으며, 이를 탁본(拓本)하여 책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金東春, '天符經과 檀君史話', 1987. 21~22쪽 참조)
(3) 이맥(李陌)의 태백일사(太白逸史) 발문(跋文) 참고
(4) 李陌, 太白逸史/蘇塗經典 本訓 第五, (임승국 번역, '한단고기', 정신세계사. 1987. 145, 232쪽 참조)
(5) "持天符印主五事" (三聖記全 上篇), "授天符印三種" (三聖記全 下篇), "演天經講神誥大訓" (三聖記全 下篇), "持天符印標揭" (檀君世紀), "天經神誥詔述於上 . . . 論經演誥" (檀君世紀), "授天符印三個" (朝代記 : 太白逸史 중에서), "天經神誥猶有傳於後世" (太白逸史/ 神市本記), "王土篆文天符王印示" (太白逸史/ 三韓管境本紀), "風伯天符刻鏡而進 雨師迎鼓環舞" (太白逸史/ 三韓管境本紀).
(6) "自今以後 聽民爲 公法是謂天符也 夫天符者 萬世之綱典 至尊所在 不可犯也" (太白逸史/ 三韓管境本紀 第四), 임승국 번역, 위의 책 196쪽 인용
(7) "天神造化之源 世界人物之化" (太白逸史/ 蘇塗經典本訓), 위의 책 236, 246, 247쪽 참조
(8) 단군왕검(檀君王儉)이 제요도당(帝堯陶唐)과 같이 군림하던 시대에 단군(檀君)의 태자(太子) 부루(扶婁)는 명을 받들어 도산(塗山)으로 가서 우사공(虞司空)에게 천부왕인(天符王印), 신침(神針), 황거종보(皇鉅宗寶)의 삼보(三寶)와 책(金簡玉牒)을 건네주었다고 한다. (太白逸史/ 三韓管境本紀/ 番韓世家 上 참조)
그리고 메소포타미아의 수메르는 구환(九桓)의 속국인 수밀이국(須密爾國)이라는 주장이 있어, 수메르에서 만든 세계 최초로 알려진 문자 점토판과 천부경이 새겨진 점토판과의 관계가 자못 궁금해진다. (김동춘, 위의 책. 259~268 쪽과 임승국 번역, 위의 책 27~29쪽 참조)
(9) 조르주 장, '문자의 역사', 시공사, 1995. 45쪽 참조. 그러나 진(秦)의 중국대륙 통일을 전후(前後)로 동이족(東夷族)과 한족(漢族)이 발해만(渤海灣) 인근에 같이 어우러져 있었기 때문에, 굳이 한자(漢字)를 한족(漢族)만이 만들었다고 하기에는 문제가 있다. 참고로 현대 중국에서조차 책력은 동이족이 만들었다고 인정하며, 동이족(東夷族)은 중국의 산동반도(山東半島)와 요동반도(遼東半島)를 연결하는 발해만(渤海灣) 연안지역(沿岸地域)과 한반도(韓半島) 전역(全域)의 민족을 말한다.
(10) "蒼蒼非天 玄玄非天 天?形質 ?端倪? 上下四方 虛虛空空 ?不在?不容" (三一神誥). '?'字는 비수 '匕' 아래에 안석 '궤'자가 있음.
(11) "大始 上下四方 曾未見暗黑 古往今來 只一光明矣"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중에서)
(12) "爾地自大 一凡世界 中火震蕩 海幻陸遷 乃成見像" (三一神誥/ 世界)
(13) 대륙이동에 대한 생각은 프란시스 베이컨(Francis Bacon, 1561~1626)까지 거슬러 올라가지만, 근대적인 대륙이동설은 1912년 독일의 알프레드 베게너(Alfred Wegener, 1880~1930)에 의해서 처음 발표되었다. (다께우찌 히도시 竹內均 著, 元鍾寬 譯, '大陸은 살아있다', 現代科學新書 72, 電波科學社, 1986. 46~47쪽 참조).
삼일신고(三一神誥)는 신시(神市) 나라의 개국(開國) 당시(지금으로부터 5895년전, 즉 B.C. 3897년)에 나온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14세기 고려말(高麗末)에 행촌선생이 5장으로 구분하기 전에도 여러 문헌을 통하여 과거서부터 전래되었다는 것이 확인된다. (太白逸史/ 蘇塗經典本訓 참조)
(14) 한자(漢字)는 주로 '동아 새漢韓辭典' (1997)을 참고
(15) "自一氣而析 三氣卽極也 極卽無也 父天之源 乃貫三極 爲虛而空 幷內外然也" (太白逸史/ 蘇塗經典本訓)
(16) "自上界却有 三神卽一 上帝主體 則爲一神 非各有神也 作用則三神也"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중에서)
(17) "故圓者一也無極 方者二也反極 角者三也太極" (太白逸史/ 蘇塗經典本訓)
(18) "一氣 卽天也卽空也 然自有中一之神 而能爲三也, 三神乃 天一地一太一之神也, 一氣之自能動作 而爲造敎治 三化之神 神卽氣也 氣卽虛也 虛卽一也," (太白逸史/ 蘇塗經典本訓)
(19) "道生一 一生二 二生三 三生萬物 萬物負陰而抱陽 沖氣以爲和" (老子道德經 제42장)
(20) 南晩星 옮김, '노자도덕경', 을유문화사, 1983. 150쪽 참조
(21) "有太易 有太初 有太始 有太素, 太易者未見氣也 太初者氣之始也 太始者形之始也 太素者質之始也" (列子/ 天端篇).
마루야마 도시아끼(丸山敏秋), 박희준 옮김, '氣란 무엇인가', 정신세계사, 1989. 43~44쪽 인용
(22) "其一曰 虛空與 一始無同始 一終無同終也 外虛內空 中有常也 其二曰 一神 空往色來 似有主帝 三神爲大帝 實有功也 其三曰 天宮 眞我所居 萬善自足 永有快樂也其四曰 世界 衆星屬日 有萬群黎 大德是生也 其五曰 人物 同出三神 歸一之眞 是爲大我也" (太白逸史/ 蘇塗經典本訓)
(23) "三神曰天一曰地一曰太一"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중에서)
(24) "上界主神其號曰天一 . . . 下界主神其號曰地一 . . . 中界主神其號曰太一"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중에서)
(25) "庶物各有無窮而 無窮未必盡 厥庶物也 住世爲生 歸天爲死 死也者 永久生命之 根本也 . . . 天下一切 物有 若開闢而 存有 若進化而 在有 若循環而"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26) 그러나 여기서의 馬韓의 배경이 九桓, 神市시대를 말하고 있어, 馬韓, 莫韓, 慕韓, 莫朝鮮, 辰韓, 眞韓, 辰國, 眞朝鮮, 番韓, 番汗, 弁韓, 卞韓, 番朝鮮, 滿番汗, 九黎, 句麗, 九麗, 高離, 高禮, 尸羅, 新羅, 高麗, 高句麗 등의 國名 들과 같이 서로 時期가 다른 國名일 경우도 있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誤字일 경우도 排除하지 못한다.
(27) "以土爲治 一積而陰立 十鉅而陽作 無櫃而衷生焉" (太白逸史/ 三韓管境本紀/ 馬韓世家 上)
(28) "神市氏承 天一生水 地二生火 之位專用師道 而率天下 天下效之"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중에서)
(29) "道在天也 是爲三神 道在人也 是爲三眞 言其本則 爲一而己 惟一之爲道 不二之爲法也" (太白逸史/ 高麗國本記 중에서).
李侍中(A.D. 1297~1364)은 高麗末 學者로 檀君世紀(A.D. 1363), 그리고 道學心法을 소개한 太白眞訓, 牧隱 李穡이 序文을 쓴 農桑集要 등 杏村三書를 지었다.
(30) "遍在天下者 主五帝司命 是爲 天下大將軍也 遍在地下者 主五靈成效 是爲 地下女將軍也 . . . . . ." (太白逸史/ 三神五帝本記 第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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